"서울역에서 KTX 타자마자 원격으로 줄 서요. 앞에 200팀이 있어도 기다려야죠."
올여름 부산을 찾은 20대 관광객 A씨는 '웨이팅 앱'으로 원격 줄서기를 걸어두고도 저녁 8시가 돼서야 식사를 마쳤다. 그럼에도 "인기 맛집과 편한 교통, 바다 풍경이 모두 있으니 부산을 안 갈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여행 리서치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21일 발표한 '연례 여름휴가 여행 만족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만족도 1위 지역은 부산광역시(722점)였다. 강원특별자치도(715점)와 제주특별자치도(714점)가 근소한 차이로 뒤를 이었다.
이번 조사는 지난 6~8월 1박 이상 국내 여름휴가를 다녀온 성인 1만 7229명을 대상으로 실시했으며, 16개 광역시·도(세종 제외)의 종합만족도와 추천 의향을 종합 분석했다.
상위권에는 서울(706점·4위), 전북(705점·5위), 경북(704점·6위), 전남(703점·7위), 경남(699점·8위), 대전(695점·9위)이 올랐다. 모두 전국 평균(687점)을 웃돌았다. 반면 울산(645점)은 전년 대비 7계단 하락하며 최하위로 밀렸고, 충북(685점)은 3계단 상승했다.
여행지 점유율은 여전히 강원이 24.5%로 1위를 지켰지만, 지난해(25.4%)보다 0.9%포인트 줄며 감소 폭이 가장 컸다. 반면 전북(+0.7%p), 경북(+0.5%p), 서울(+0.4%p), 제주(+0.3%p)는 상승세를 나타냈다.
부산은 올해 '추천 의향' 부문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먹거리·놀거리·볼거리 등 매력도 항목에서 모두 상위권을 유지하며 4년 연속 TOP3를 지켰다. 특히 도심 접근성과 다양한 맛집, 바다 조망 등 도시형 체험 요소가 높은 평가를 받았다.
강원은 여전히 천혜의 자연환경으로 휴양형 콘텐츠가 강점이지만 폭염과 관광객 집중으로 교통·청결 등 '쾌적도' 지표가 악화됐다. 물가 부담과 상도의 하락도 만족도에 영향을 미쳤다.
제주는 지난해 7위에서 올해 3위로 뛰어올랐다. 7년간 1위를 지켜온 부동의 여행지였지만, 고물가·바가지 논란의 여파로 2년간 부진했다. 올해 다시 회복세를 보였으나 여전히 '물가·상도' 부문은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30대 관광객 B씨는 "제주도의 한 카페를 찾았는데 커피 한 잔이 8000원이라 깜짝 놀랐다"며 "자연을 보러 제주를 찾았지만 물가가 너무 높아 다시 오기가 망설여진다"고 전했다. 한편, 제주는 볼거리·쉴거리 부문에서 여전히 전국 1위를 기록했다.
전북은 전년 대비 3계단 상승해 5위를 기록했다. '쉴거리·놀거리·살거리' 등 관광자원 평가가 높아졌고, 청결·편의시설·안전 등 쾌적도 항목에서도 좋은 점수를 받았다.
눈에 띄는 지역은 대전이었다. 과거 8년 중 7차례 최하위를 기록했던 대전은 지난해 10위, 올해 9위로 올라서며 처음으로 전국 평균을 웃돌았다. '빵지순례' 등 도시형 관광 콘텐츠 확산이 긍정적으로 작용했고 '물가·상도' 부문에서는 전국 1위를 차지했다.
한편 올해 1박 이상 국내여행을 다녀온 비율은 66.9%로 2022년(72.2%)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경기침체와 고물가, 폭염과 장마가 겹치며 여행 기간이 짧아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여행 활동 트렌드도 변화하고 있다. 식도락(+1.3%p), 유적지·박물관(+0.8%p), 미술관·공원(+0.3%p) 등 도시형·체험형 활동은 늘었고, 자연감상(-0.8%p)과 휴식(-0.7%p)은 줄었다.
컨슈머인사이트 관계자는 "바다나 산 등 전통적 자연향유형 여행보다 도시·생활체험형 여행이 주류로 이동하고 있다"며 "쾌적한 인프라와 체류형 콘텐츠를 갖춘 지역이 만족도와 점유율 모두에서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고 분석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