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와 미국 증시가 동반 상승하는 쌍끌이 장세 흐름이 나타나면서 국내 투자자들의 대기성 자금 규모도 점차 커지고 있다.
2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예탁금은 이달 13일 80조 1901억 원으로 역대 최대치 기록을 경신했다. 이후 약간 감소하면서 16일 76조 5374억 원을 기록했다.
투자자예탁금은 투자자들이 증권사 계좌에 맡긴 잔금의 총합이다. 보통 증시 대기 자금 성격으로 해석된다. 주가 상승 기대감이 높아지는 시기 불어나는 특징이 있다. 종전 투자자예탁금 최대 기록은 2021년 5월 3일 77조 9018억 원이었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도 15일 23조 8288억 원까지 치솟으면서 2021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신용거래융자는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행위다. 빚을 내서 투자하는 이른바 ‘빚투’는 증시가 상승할 때 활발해지는 게 특징이다. 앞서 17일 금투협과 한국거래소는 주식시장 활황에 청년층과 50~60대의 신용융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며 대출 투자 과열에 대한 주의를 당부한 바 있다.
국내 투자자들은 10일부터 16일까지 일주일 간 미국 주식을 16억 8000만 달러(약 2조 3856억 원)어치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된다. 추석 연휴(3~9일)의 미국 주식 순매수액 12억 4000만 달러와 비교해 약 35%나 급증했다.
지난 한 주간 가장 많은 매수세가 몰린 미국 종목은 반도체 업종 수익률을 3배로 추종하는 ‘디렉션 데일리 반도체 불 3X’ ETF였다. 약 2억 2000만 달러(3126억 원)어치가 국내에서 순매수됐다. 2위와 3위는 대표 AI 반도체 기업인 엔비디아(1억 8000만 달러)와 암호화폐 채굴기업인 아이리스 에너지(1억 3000만 달러)가 차지했다.
코스피가 3700선을 뚫으며 연일 역대 최고가를 경신하는 가운데 미국 대표지수인 S&P500도 대형 AI 기술주의 약진과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에 우상향 기류가 지속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증권가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가 단기조정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면서도 중기적으로는 호황이 지속될 것이라는 견해를 내고 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 이사는 “AI 기술과 융합이 용이한 소프트웨어. 반도체, 헬스케어 등 신(新)경제의 비중이 확대되고 AI 융합이 어려운 구(舊)경제는 위축하는 구조적, 산업적 양극화가 이번 상승장의 핵심 배경”이라고 짚었다. 이어 “미국의 AI 가치사슬에 연계된 국가와 산업은 계속 멀티플(배수) 확장이 가능할 전망”이라며 “1990년대의 IT 호황과 비슷한 상황이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미국 증시 안팎에선 역시 대중 무역 분쟁과 AI 실적 거품 등에 대한 경계감이 있지만 최근의 호조세가 꺾이는 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중 갈등 수위가 높아졌지만, 정상회담을 앞둔 '협상 카드 확보'의 일환이라는 낙관적 해석이 지배적”이라며 “향후 미국은 기술주 모멘텀(반등 동력) 지속과 3분기 실적 발표 때 주요 기업의 실적 가이던스의 기대감 충족 여부가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진투자증권[001200]의 허재환 연구원은 "미국은 AI 분야의 호황이 그 외 전통적 섹터의 어려움을 다 가리는 상황"이라며 "AI 투자에 적극적인 주요 기업의 실적이 좋은 만큼 AI 거품론은 걱정할 수준은 아닐 것으로 보며, 미·중 갈등도 중국의 경제 상황이 좋지 않고 미국 트럼프 대통령도 내년 중간선거를 치러야 하는 사정을 볼 때 결국 타협 수순으로 넘어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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