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마퇴본부)가 전문인력 이탈을 막겠다며 인건비 현실화 계획을 세웠지만 실제로는 고위직 중심으로 연봉을 대폭 인상한 것으로 드러났다.
15일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공개한 마퇴본부 종합감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마퇴본부 내 센터장·팀장급 이상 상위직(1~3급)의 연봉 인상률은 33~37%로 집계됐다. 반면 대리 이하 하위직(4~6급)의 인상률은 8~15%에 그쳤다. 특히 6급의 인상률은 8%로 가장 낮아 3급의 37% 인상률과 비교하면 4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이 같은 인사 결과는 마퇴본부가 지난해 6월 수립한 ‘임직원 인건비 현실화 계획(안)’의 취지와 배치된다. 당시 본부는 낮은 보수로 인한 잦은 이직을 막기 위해 신입사원 등 하위직급의 급여를 현실화하겠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하위직보다 상위직 인상률이 훨씬 높게 책정된 것이다.
퇴사율 통계 역시 인력 유출이 심각한 수준임을 보여준다. 지난해 마퇴본부의 하위직(4~6급) 퇴사율은 22.2%로, 전년(11.8%) 대비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전문인력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보수체계 불균형이 인력 이탈을 더욱 부추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퇴본부의 자체 보수 규정에는 연봉 인상 시 ‘하후상박(下厚上薄)’ 원칙 즉 하위직급의 인상률을 상대적으로 높게 적용하도록 명시돼 있다. 하지만 이번 사례는 해당 규정을 어긴 셈이다.
식약처는 이러한 점을 문제 삼아 마퇴본부를 기관주의 처분하고 “연봉 결정 시 보수 규정을 준수해 상위직 인상률이 하위직보다 높게 책정되지 않도록 하라”고 통보했다.
감사에서는 또 다른 내부통제 부실 사례도 적발됐다. 마퇴본부 행동강령책임관이 2022년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임직원의 외부강의 실태를 전혀 파악하지 않아 행동강령 위반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 결과 외부강의를 신고하지 않거나 지연 신고한 19명에 대해 아무런 징계도 이뤄지지 않았다.
식약처는 이 사안에 대해서도 기관주의 처분을 내리고 마퇴본부 이사장에게 △행동강령 위반자 징계 △기준금액을 초과해 수령한 외부강의 사례금 반환 등 적정 조치를 취할 것을 명령했다. 마퇴본부는 감사 결과를 모두 수용하며 별도의 의견을 내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마퇴본부가 인사와 보수, 외부강의 관리 등 내부통제를 강화해야 하며 식약처 역시 감독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마퇴본부가 ‘하후상박’ 원칙을 무시한 채 ‘상후하박’으로 연봉을 결정해 고위직만 배불린 책임이 크다”며 “식약처가 제도 개선에 나서 전문인력 이탈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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