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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조직 대부분 이미 현지 떠나"…뒷북 대응에 빈집 수사 되나 [일파만파 캄보디아 사태]

법무부·국정원 등 대응팀 파견

베트남 국경서도 한국인 숨진 채 발견

현지 경찰 공조에 소극적으로 대응

ODA 축소 카드도 실효성 없어

"수사 브리핑, 범죄단 시간 벌어줘"

피해자냐 공범이냐 논란 확산도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한국인 대상 납치·감금 범죄가 급증하는 캄보디아에 대한 대응 현황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캄보디아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벌어지고 있는 취업 사기, 감금 사건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외교부·경찰청·국가정보원 등으로 구성된 합동대응팀을 현지에 급파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관련 피해 경고음이 수차례 울렸음에도 뚜렷한 예방 조치 없이 사태가 확산된 뒤에야 부랴부랴 ‘뒷북 대응’에 나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대대적으로 대처 상황을 공표하면서 현지 주요 범죄 조직들이 수사망을 피해 거점을 옮기는 등 미리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을 줬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15일 대통령실과 외교부 등에 따르면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캄보디아에서 일하는 한국인은 약 1000명으로 추정된다”며 “검거된 한국인 60명의 송환에 우선순위를 두고 항공편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한 정부합동대응팀은 이날 프놈펜으로 출국해 현지 당국과 수사 협조 및 신속 송환을 협의할 예정이다. 박성주 국가수사본부장 등 경찰 관계자와 법무부·국정원 등 관계부처 당국자도 대응팀에 참여한다. 더불어민주당 또한 ‘재외국민안전대책단’을 꾸려 김병주 최고위원을 급파했으며 외교부는 박일 전 주레바논대사를 팀장으로 한 대응 태스크포스(TF)를 발족했다. 외교부는 또 캄보디아 일부 지역에 대해 16일 0시부터 여행경보 4단계 ‘여행 금지’를 발령했다. 보코르산·바베트시·포이페트시 등 범죄 조직 밀집 지역이 대상이며 시아누크빌주에는 3단계 ‘출국 권고’가 내려졌다.

현지 공조는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캄보디아 경찰이 외국 수사기관의 현장 개입에 소극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협조를 끌어내기 위해 연간 4300억 원 규모의 공적개발원조(ODA) 예산 일부 축소 카드를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캄보디아의 대중 의존도가 높아 실질적 영향력을 발휘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위 실장 역시 “(ODA는) 나름의 이유와 근거를 가지고 추진하는 것인데, 다른 이슈와 연결 지어 수단으로 사용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한편 현지에 구금된 한국인 63명 중 2명이 이날 국적기를 통해 귀국하면서 61명이 남게 됐다.

무엇보다 정부의 미온적 대응이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캄보디아 내 한국인 감금·실종 신고는 2021년 4건에서 지난해 220건, 올해 8월까지 330건으로 폭증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이 중 80여 명은 여전히 소재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캄보디아 국경 인근의 베트남 모처에서도 30대 한국인 여성이 지난 7일 숨진 채 발견됐다. 그럼에도 조현 외교부 장관은 이달 13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지난주 정도에 심각성을 인식했다”고 밝혀 논란을 자초했다.

범죄 조직들이 거점을 옮기려는 정황도 이어지고 있다. 시아누크빌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범죄 단지에서 최근 컴퓨터와 사무기기를 차량에 싣는 사진과 영상이 텔레그램에 잇따라 올라왔다. 일부에서는 단순한 거점 이전이 아니라 새로운 지역 관료들과의 사전 합의나 금품 제공을 통해 단속을 피하려는 움직임이 이미 시작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사정 당국 관계자는 “범죄 조직이 수사를 피해 한국인 등을 데리고 은신처에 몸을 숨긴 후 잠잠해지면 다시 사기 행각을 시작하는 패턴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캄보디아 현지에서는 “왜 한국 정부가 미리 단속하지 않았느냐”는 비판이 높다. 한인 사회는 이번 사태의 원인을 ‘캄보디아 치안 부재’보다 한국에서부터 이어지는 불법 브로커 구조에서 찾는다. 재캄보디아한인회의 한 관계자는 “한국에서 브로커가 모집해 보내고, 현지에서는 그 브로커들이 사람을 팔아넘긴다”며 “한국인이 한국인을 뒤통수치는 구조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이번 사건을 두고 캄보디아로 간 한국인이 ‘피해자냐, 공범이냐’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국민 보호를 최우선 원칙으로 내세워 구금된 한국인 전원을 송환하겠다는 방침이지만 현지 교민들 사이에서는 “대부분이 불법에 가담한 사실을 알고 입국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14년째 선교 활동 중인 옥해실(55) 선교사는 “피해자 상당수는 위험을 알면서도 고수익을 좇아 스스로 입국하는 경우가 많고 봉고차에 자발적으로 올라타 범죄 단지로 향한다”며 “이건 납치라기보다 자발적 유입에 가깝다”고 했다.

옥 선교사는 또 “현지 범죄 조직은 한국인을 일종의 ‘노동력 자산’으로 본다”며 “정신 상태가 불안하거나 말을 듣지 않는 인력은 다른 조직에 되팔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시세는 1인당 약 1만 달러(약 1420만 원) 수준으로, 범죄 조직 입장에서는 한 달에 보이스피싱으로 300만~500만 원을 벌어들이는 인력을 그 가격에 사들여도 손해가 없는 구조다.

한편 캄보디아 범죄의 온상으로 지목된 온라인 커뮤니티 ‘하데스 카페’는 뒤늦게 자체 차단 조치에 나섰다. 이 커뮤니티 운영자는 이날 캄보디아·베트남·중국을 기반으로 하면서 고수익 알바, 온라인 카지노, 대포통장 대여 등을 다룬 모든 글을 삭제하고 관련 계정은 영구 정지하겠다고 예고했다. 하데스 카페는 2023년께부터 ‘고수익 아르바이트’나 ‘해외 리쿠르팅’이라는 이름으로 국내 청년층을 모집하는 통로로 활용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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