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창원시가 ‘산하기관인 창원산업진흥원이 액화수소플랜트에서 생산된 수소 일정량을 구매하겠다고 대주단(플랜트 사업에 돈을 빌려준 단체)과 약속해 발생한 채무는 시와 무관하다’는 취지로 낸 소송에서 패소했다.
창원지법 제5민사부(부장 최윤정)는 15일 시가 액화수소플랜트 대주단 측을 상대로 제기한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며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고 밝혔다. 법정에서 판결 근거는 별도 설명하지 않았다.
창원 액화수소플랜트 사업은 2019년 추진됐다. 이듬해 4월 창원산업진흥원과 두산에너빌리티, 한국산업단지공단은 액화수소플랜트 운영을 맡을 특수목적법인 ‘하이창원’을 공동 설립(지분 진흥원 49%, 두산 35%, 산단공 16%)했다. 하이창원은 국·도·시비에 더해 파이낸싱(PF) 대출로 710억 원을 충당해 액화수소플랜트를 착공해 2023년 8월 준공했다.
계획대로라면 두산에너빌리티 창원공장 내 1만 9919㎡ 터에 구축된 액화수소플랜트에서는 하루 5t. 연간 1800t 규모 액화수소를 생산할 예정이었다. 다만 하이창원이 두산에너빌리티 측 성능 검증 시험 단계를 믿지 못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설비 인계 절차가 지연됐다.
더군다나 하이창원은 PF 대출 때 ‘창원산업진흥원이 하루 5t씩 액화수소를 구매한다’는 구매확약서를 담보로 제공했다.
이후 창원시는 이 구매확약서는 시 채무가 아니라며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자 대주단은 담보 유효성에 문제가 생겼다고 보고 기한이익상실(만기 전 대출금 회수)에 나섰고 하이창원은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졌다.
하이창원 경영권은 현재 대주단에 있다. 대주단 측은 지난 6월 27일 관계기관에 ‘플랜트 상업운전개시’를 통보했고 진흥원이 채무 부담을 져야 할 위기는 현실화했다.
진흥원은 수소충전소 가압류 등 상황을 막고자 대주단에 액화수소 대금 16억 원 상당을 우선 지급하고 연말까지 협상 시한을 연장한 상태다.
법원 판결대로면 진흥원이 대주단에 지급해야 할 연간 300억 원 상당 액화수소 대금은 시 재정으로 충당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시가 항소해 승소해도 출연기관인 진흥원은 채무를 부담할 능력이 없어 결국에는 시가 어떤 형식으로든 나설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시와 대주단 측은 이번 사건 판결문을 분석한 뒤 향후 대응 방침을 정할 계획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