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24번째 대회인 크로거 퀸 시티 챔피언십에는 올해 챔피언 24명 중 21명이 출전한다. 23개 대회 모두 우승자가 다른 ‘기묘한 시즌’을 끝낼 ‘2승 도전자’가 21명이나 되는 것이다. 세계 랭킹 1위 지노 티띠꾼(태국)은 물론 올해 우승을 차지한 한국 선수 5명도 모두 출전한다.
12일(한국시간)부터 나흘 동안 미국 오하이오주 해밀턴 타운십의 TPC 리버스벤드(파72)에서 열릴 이번 대회에서 시즌 2승자가 나올 가능성이 무척 크지만 다시 25번째 얼굴 다른 챔피언이 탄생할 수도 있다. 여전히 투어에는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면서도 단지 우승만 없는 선수들이 많기 때문이다.
물론 ‘시즌 첫 승’ 후보 1순위는 얼마 전 티띠꾼에게 세계 1위 자리를 물려주고 지금은 2위로 한 계단 내려간 넬리 코르다(미국)다. 코르다가 아직까지 우승이 없는 건 거의 미스터리라고 할 만하다. 그의 각종 통계가 우승 없는 선수의 것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하기 때문이다.
일단 가장 그 선수의 능력치를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평균 타수 부문에서 3위(69.89타)에 올라 있다. 그보다 타수가 낮은 선수는 티띠꾼과 세계 랭킹 4위 이민지 둘 뿐이다. 코르다는 상금 랭킹에서도 7위에 올라 있는데, 벌써 200만 달러를 돌파했다. 우승 없이 상금 200만 달러를 넘긴 건 코르다가 역대 세 번째다. 2022년 최혜진이 207만 5696달러(6위)를 벌어 LPGA 사상 처음으로 우승 없이 200만 달러를 돌파했고 2023년에는 찰리 헐(잉글랜드)이 승수 없이 239만 5650달러(6위)를 획득한 적이 있다. 무엇보다 버디 확률에서 코르다는 25.35%를 기록해 25.26%의 티띠꾼을 제치고 1위에 올라 있다. 가장 자주 버디를 잡고 있는 선수가 23개 대회 챔피언이 모두 다른 ‘춘추전국 시즌’에 아직 우승이 없는 것이다.
코르다 다음으로 우승 없는 게 믿기지 않는 통계를 내고 있는 선수가 바로 최혜진이다. 최혜진은 평균 타수 8위(70.33타), 상금 랭킹 9위(168만 9113달러), CME 포인트 11위 등 최고 시즌을 보내고 있다. 그린적중률 8위(74.07%)의 통계에서 알 수 있듯이 그의 장기인 아이언 샷이 최고조 상태로 올라오고 있어 우승의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는 분위기다.
코르다, 최혜진 다음으로 우승 없는 선수 중 평균 타수가 좋은 선수가 바로 고진영이다. 최근 9개 대회에서 톱10 성적이 없지만 그의 평균 타수 순위는 10위(70.37타)로 무척 높다. 상금 랭킹은 우승 없는 선수 중 12번째인 29위에 머물러 있고 세계 랭킹도 18위까지 밀려 있지만 고진영의 의지와 투지라면 언제든지 우승을 차지할 수 있는 선수라고 할 수 있다.
최근 한국 선수 중 가장 샷 감이 좋은 김세영 역시 시즌 첫 승이 기대되는 강력한 후보다. 에비앙 챔피언십 컷 탈락 이후 4개 대회에서 ‘공동 3위-공동 13위-공동 10위-단독 3위’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 김세영은 버디 확률에서 당당히 8위(22.34%)에 올라 있다. 그의 최근 위상은 조 편성에서도 알 수 있는데, 세계 1위 티띠꾼과 같은 조에서 시즌 첫 승을 향한 샷을 쏜다.
올해 24명의 우승자 중 가장 상금 순위가 낮은 선수는 51위(58만 2672달러)에 올라 있는 로티 워드(잉글랜드)다. 하지만 늦게 투어에 합류하는 바람에 4개 대회에서 거둔 성적이라 정상적인 순위라고 할 수는 없다. 온전히 투어를 뛴 선수 중에서는 T모바일 매치플레이 챔피언 마들렌 삭스트룀(스웨덴)이 가장 낮은 48위(62만 7918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다승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으면서 상금이 고루 나눠져 ‘챔피언’ 삭스트룀보다 상금을 많이 번 우승 없는 선수가 무려 25명이나 된다. 우승 없이 상금 100만 달러를 넘은 선수도 11명이나 나왔다.
최혜진 뒤로 12위(147만 2535달러) 앤드리아 리(미국), 13위(144만 9899달러) 에리야 쭈타누깐(태국), 15위(141만 8263달러) 인뤄닝(중국), 16위(141만 3152달러) 찰리 헐(잉글랜드), 18위(133만 5068달러) 차네티 완나센(태국), 19위(132만 1471달러) 오스턴 김(미국), 23위(116만 9475달러) 가츠 미나미(일본), 25위(105만 1509달러) 에스터 헨젤라이트(독일), 26위(105만 1200달러) 메간 캉(미국)까지 우승 없이 100만 달러 이상을 번 선수들이다. 모두 시즌 첫 승 후보라고 할 수 있다.
이들 중에는 끼지 못했지만 국내 골프 팬들은 대한민국 유일의 ‘LPGA 신인’ 윤이나도 여전히 시즌 첫 승 후보라고 믿고 있다. 미란다 왕은 우승하기 전만 해도 상금 랭킹에서 64위 윤이나보다 불과 3계단 위인 61위였다.
누가 컷 탈락해도 이상하지 않고 누구라도 우승할 수 있는 역대 가장 이상한 시즌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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