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발(發) 산업 현장 대혼란이 시작됐다. 현대차 노동조합이 3일부터 사흘 동안 부분파업에 돌입한 것을 시작으로 조선·철강 등 제조 업계는 물론 금융권까지 노란봉투법 국회 통과 이후 투쟁 수위를 높이고 있다. 노란봉투법 시행까지는 아직 6개월이 남았지만 국내 산업 현장 곳곳에서 파업 리스크가 확산하는 모습이다. 현대차 노조가 파업에 들어간 것은 2018년 이후 7년 만이다. 지난해까지 6년 연속 파업 없이 임금·단체협약 교섭을 타결한 기록도 깨졌다. HD현대 조선 3사 노조도 2일부터 사흘 동안 부분파업에 들어갔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주4.5일제’ 도입 등을 요구하며 26일 총파업을 예고했다.
노란봉투법이 시행되기도 전에 노조의 전방위 압박이 거세지고 있는데 정부는 기존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삼성·SK·현대차 등 23개 기업 인사 담당 임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생산성 제고와 원·하청 상생 모델을 만드는 데 경영계가 동참해달라”고 주문했다. 노란봉투법 국회 통과 이후 경영계와의 첫 만남에서 기업들의 호소는 외면하고 협조와 양보만 요청한 셈이다.
노란봉투법이 우리 산업 현장과 노사 관계에 미칠 파장은 상상이 불가능할 정도로 엄청날 수 있다. 하청 노조의 원청 직접 교섭 요구가 쏟아지고 불법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가 제한되면 기업 활동 위축은 피할 수 없다. 게다가 HD현대중공업·HD현대미포조선의 사례처럼 기존 노조법에서는 쟁의 대상이 아니었던 기업 합병도 앞으로는 쟁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기업 경영에 과도한 간섭이 이뤄질 것이라는 경영계의 우려가 기우에 그치지 않을 것임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노사 한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으로는 노사 관계가 바로 설 수 없다. 때마침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26년 만에 노사정 논의 테이블에 복귀한 만큼 노사정 대화를 본격화해야 한다. 특히 노란봉투법에 대한 입법 보완이 시급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4일 양대 노총 위원장과 오찬을 하며 취임 이후 노동계 지도부와 처음으로 대면한다. 11일에는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갖는다. 이 대통령은 노란봉투법 보완과 노사 관계에 대한 정부의 명확한 입장과 액션플랜을 밝혀야 한다. 이 대통령의 “새는 양 날개로 난다. 기업·노동 둘 다 중요하다”는 말이 허언에 그쳐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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