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중국·러시아 3국 정상이 중국 전승절 열병식에서 66년 만에 동석하며 세를 과시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나는 그들 모두와 관계가 좋다”며 다시 한 번 허세를 부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중국의 승리에 대한 미국의 희생을 언급하지 않은 점을 강조하며 전승절의 의미를 애써 깎아내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현지 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카롤 나브로츠키 폴란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다가 취재진의 중국 전승절 열병식 관련 질문을 받고 “시 주석은 내 친구인데 미국이 그의 연설에서 반드시 언급됐어야 했다”며 시 주석이 그렇게 하지 않아 “매우 놀랐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트루스소셜에서도 “시 주석이 미국에 대항할 모의를 하면서 푸틴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나의 가장 따뜻한 안부 인사를 전해달라”며 “중국이 매우 적대적인 외국 침략자를 상대로 자유를 확보하는 데 미국이 제공한 막대한 양의 지원과 피를 시 주석이 언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차 세계대전 당시엔 연합국의 적국이었으나 이제는 미국의 동맹국이 된 일본은 ‘매우 적대적인 외국 침략자’로 에둘러 표현하고, 1941~1942년 중화민국을 지원하기 위해 미국이 비밀리에 보낸 조종사들의 역할은 강조한 내용으로 풀이된다. 중국이 이번 전승절을 통해 2차 세계대전 승전과 관련한 미국의 역할을 깎아내리고 중국의 성과를 부각하는 쪽으로 역사를 왜곡하려 한다는 관측이 나오자 견제구를 던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열병식 시작 전까지만 해도 “전혀 우려하지 않는다”며 애써 태연한 척 하다가 막상 북중러 3국 정상이 행사에서 우호를 다지는 모습을 보자 해당 게시물을 올리고 “중국이 승리와 영광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많은 미국인이 죽었고 나는 그들이 정당하게 예우받고 기억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우리는 중국을 매우, 매우 많이 도왔다”는 사실을 재차 부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전승절 열병식을 두고 “아름다운 행사였다”며 “매우, 매우 인상적”이었다고도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 6월 14일 미국 육군 창설 250주년이자 자신을 생일을 기념해 수도 워싱턴DC에서 대규모 열병식을 개최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그들이 왜 그것을 하는지 이유를 알고 있다”며 “그들은 내가 보기를 바랐을 것이고 나는 보고 있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나는 그들 모두와 관계가 매우 좋다”며 “얼마나 좋은지는 앞으로 1∼2주 사이에 보게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공습을 이어가는 푸틴 대통령을 향해서는 “전할 메시지는 없다”면서도 “그는 내가 어떤 입장인지 알고 어떤 식으로든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푸틴 대통령의 결정이 무엇이든 우리는 그에 만족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며 “만약 우리가 만족하지 않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여러분은 보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며칠 안에 푸틴 대통령과 이야기를 나눌 것이고 나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정확히 알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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