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 시간) 예상대로 ‘안보 청구서’와 관련해 한국의 미국산 무기 구매 확대를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초반에 “미국산 군사 장비 구매를 얘기하자”면서 올해 6월 이란 핵 시설을 타격했던 B-2 스피릿 스텔스 폭격기를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세계 최고의 군사 장비를 만들고 있다”며 “B-2 폭격기는 최근 있었던 짧은 작전에서 엄청난 성과를 거뒀다. B-2 폭격기의 성능은 정말 놀라웠다”고 거듭 칭찬했다. 이어 “한국은 우리 군사 장비의 큰 주요 구매국”이라며 “논의할 것이 많다. 최고의 군사 장비를 많이 구매할 것을 기대한다”고 했다. 이는 방위비 분담금과 별개로 국방비 증액 차원에서 ‘안보 청구서’를 내민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그동안 관세 협상이나 정상회담 실무 협상에서 주요하게 논의되지 않았던 미국산 무기 구매에 대한 본격적인 압박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지난달 타결된 한미 관세 협상에는 미국산 무기 구매가 포함돼 있다. 우리 정부도 한미 동맹의 현대화를 위해 국방비 증액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호응해 트럼프 대통령이 무기 구매를 직접 언급한 직후 이재명 대통령은 정책 연설에서 “한국은 한반도의 안보를 지키는 데 있어 보다 주도적인 역할을 앞으로 해나갈 것”이라며 “우선 국방비를 증액하겠다”고 선언했다. 우리 정부의 국방비 증액을 공식화함으로써 발 빠르게 트럼프의 요구를 만족시키려는 전략적 대응에 나선 것이다.
이와 관련,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우리가 생각하는 현대화는 한미 간 연합 방위 태세가 더욱 강화되고 우리 안보가 더욱 튼튼해지는 방향으로의 현대화”라며 “이런 콘셉트에 따르면 (국방비가) 지금보다 늘어나는 건 맞다. 한미 간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미 간 국방비 증액 논의가 깊이 있게 이뤄지고 있음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국방비 증액 규모에 대해 위 실장은 “대체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하나의 전례가 되고 있어 이를 참고하며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토는 올 6월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국방비 지출 목표치를 국내총생산(GDP)의 2%에서 GDP의 5%로 증액하기로 합의한 바 있는데 이를 기준으로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는 취지로 읽힌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미국산 첨단 무기 구매 확대는 양국에 ‘윈윈’이라고 분석한다. 한 대에 3조 2000억 원이 넘는 값비싼 전투기 B-2 스텔스 폭격기 등을 팔면 트럼프 대통령은 무기 판매라는 경제적 성과를 올릴 수 있다. 우리도 미국이 주장하는 ‘동맹 현대화’ 요구인 국방비 증액 효과와 함께 최첨단 무기 도입으로 인한 군사력 증강으로 최적의 협상 카드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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