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지정학적 위기라는 호재 속에 끝없이 오를 것만 같던 국내 방산주들의 주가가 금요일 급락했습니다. 단순 차익 실현 물량 때문이 아닌 ‘실적’이라는 무시 못할 요소가 작용한 결과였습니다. 이번주 선데이 머니카페에서는 방산 기업 주가 하락 원인과 전문가들이 향후 방산주 주가 흐름을 어떻게 전망했는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잘나가다 줄줄이 급락한 방산株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LIG넥스원(079550)은 8일 코스피 시장에서 14.93% 급락한 51만 3000원에 장을 마감했습니다. 기관이 1070억 원어치를, 외국인이 518억 원어치를 팔아치웠습니다. LIG넥스원은 기관과 외국인의 순매도 종목 1위 및 3위에 올랐다. 개인이 1545억 원어치 순매수에 나섰지만 낙폭을 줄이지 못했습니다.
LIG넥스원은 지난해 말(12월 30일) 22만 500원에서 올 6월 23일 장중 한때 65만 원까지 올랐다가 지난달 7일 종가 기준 50만 원까지 떨어졌습니다. 이후 한 달 동안 60만 3000원(8월 7일)까지 올랐으나 결국 하루 아침에 한 달 간의 상승분을 반납했습니다.
LIG넥스원의 주가가 급락한 8일 방산 대장주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도 5.47% 하락했습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기관과 외국인이 57억 원, 215억 원어치 순매도했습니다. 그 외에도 한화시스템(272210)(-6.88%), 현대로템(064350)(-4.87%), 한국항공우주(047810)(-2.89%) 등 국내 주요 방산주들의 주가가 일제히 내림세를 보였습니다.
美록히드마틴보다 비싸다?…고평가 우려 휩싸여
국내 방산주의 주가 급락은 LIG넥스원의 2분기 어닝쇼크가 발단이 됐습니다. LIG넥스원은 7일 장 마감 후 연결 기준 2분기 영업이익이 776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57.9%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했습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이익이 대폭 늘었지만 증권가 전망치(856억 원)를 9.3% 하회한 수준이었습니다. 방산주들의 주가가 실적 기대감에 올랐다는 점을 고려하면 ‘어닝 쇼크(실적 충격)’에 버금가는 성적이었습니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곧 열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종전 기대감도 하방 압력을 더했습니다.
LIG넥스원의 실적 부진은 국내 방산주에 대한 고평가 우려로 이어졌습니다. LIG넥스원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35.4배입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은 각각 23.4배, 41.3배입니다. 코스피 시장의 12개월 선행 PER이 22.2배라는 점을 고려하면 밸류에이션 부담이 따라올 수 밖에 없는 수치입니다.
글로벌 방산 업체 록히드마틴과 비교하면 이 수치가 얼마나 높은지 확연히 드러납니다. 미국 투자 전문 플랫폼 마켓스크리너에 따르면 록히드마틴의 올 예상 PER은 19.6배입니다.
주가 수준을 평가하는 또 다른 핵심 지표 시장가치 대비 영업현금창출력(EV/EBITDA)도 마찬가지입니다. LIG넥스원의 올 EV/EBITDA는 28.5배입니다. 이어 한화시스템 27.6배, 한국항공우주 21.3배, 현대로템 19.3배,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13배 순입니다. 반면 록히드마틴은 12.8배입니다. 실제 이익이나 현금 창출력에 비해 국내 방산주들의 기업가치가 상대적으로 고평가됐다는 우려가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고평가” VS “곧 슈퍼사이클”
방산주 전망에 대한 증권가의 분석은 엇갈립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밸류에이션이 과도하게 높다는 비관론과 성장세 자체는 여전히 기대할만 하다는 낙관론이 동시에 나옵니다.
가령 메리츠증권, 미래에셋증권(006800), 삼성증권(016360) 등 증권사들은 LIG넥스원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수정했습니다. 이지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성장세엔 이상이 없지만 너무 앞서간 주가 때문에 상승 여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정동호 미래에셋증권 연구원도 “성장세엔 이상이 없지만 너무 앞서간 주가 때문에 상승 여력이 부족하다”며 “투자의견을 다시 상향하려면 글로벌 직수출 가시화나 미국 필리조선소 사업 구체화가 필요하다”고 짚었습니다.
장남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LIG넥스원의 2026년 PER(주가수익비율) 32.3배로 유럽 방산 업체 평균인 30.5배 대비 높다”며 “추가적인 이익 추정치 상향이 발생하거나 신규 수출 계약 논의 진전이 확인되기 전까지 밸류에이션 부담은 지속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반면,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지난달 말 보고서에서 “한국 방산업은 구조적 슈퍼사이클의 초입에 있다”며 “향후 5년 내 한국이 글로벌 톱5 방산 강국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모건스탠리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국항공우주·LIG넥스원 등 주요 방산 종목이 지정학적 유연성, 비용 효율성, 미국·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무기와의 호환성 등에서 글로벌 경쟁사 대비 우위를 갖춘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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