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힘입어 견조한 가격을 유지했던 서버용 더블데이터레이트(DDR)5 가격이 내년 1분기 두자릿수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창신메모리(CXMT) 등 중국 메모리 업체의 추격에 더해 미국의 강력한 관세정책을 피하기 위한 선구매(풀인) 수요가 줄어든 영향을 받은 것으로 해석된다. 올해 말 CXMT가 DDR5 양산을 앞두고 있어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등 국내 업체와 가격 경쟁은 한층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8일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서버용 64기가바이트(GB) DDR5 제품의 고정거래가격은 올 4분기 3% 하락한 뒤 내년 1분기에는 10.2%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기간 96GB 제품의 가격 전망치도 4분기 3.8%, 내년 1분기 10.1%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상반기까지 서버 D램 가격은 AI 서비스 확산에 따른 데이터센터 투자 증가로 상승세를 보였지만 최근 하이퍼 스케일러(대규모 데이터센터 운용기업)들이 관세 등 변수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재고를 확보한 영향으로 신규 주문이 줄어들고 있다. 여기에 CXMT가 서버용 DDR5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것으로 전망되면서 가격 하락 압력이 가중되고 있다.
CXMT는 지난해 말 DDR5를 처음 양산한 뒤 낮은 수율로 고전했지만 하반기 들어 기존 20% 수준이던 수율이 50%대까지 개선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DDR4에서 DDR5로 생산라인을 전환하면서 연말 양산을 계획하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DDR5 시장에서 CXMT의 점유율은 1% 수준에 불과했지만 연말엔 7%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3분기 CXMT의 전체 D램 생산능력도 전년 대비 70% 확대됐다.
DDR5 시장은 그동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도해왔는데 CXMT가 시장 진입을 가속화하면 가격 경쟁이 심화할 수밖에 없다.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고대역폭메모리(HBM)의 공급 과잉 우려가 불거지는 가운데 DDR5 가격 하락이 겹치면 실적에 일부 악영향을 입을 수도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기술 격차를 유지하기 위해 중국산 DDR5와 차별화 전략을 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10나노급 6세대 D램인 1c 공정 기반 DDR5를 지난해 개발해 하반기부터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최대 지원 속도가 이전 제품보다 28% 향상됐고 전력 효율도 9% 이상 개선된 점이 특징이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CXMT는 3분기부터 서버용 DDR5 공급을 확대할 준비를 하고 있다”며 “이는 단순한 공급 증가에 그치지 않고 중국 내 정부 지원과 현지화된 비용 경쟁력을 바탕으로 구조적인 가격 압력을 함께 유발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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