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도 크게 반대하지 않아서 처리가 됐습니다.”
“왜요?”
몇 주 전 국토교통위원회 소위원회에서 화물차 안전운임제 재도입 법안이 통과됐다고 해 한 보좌관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야가 합의했다’는 설명에 ‘왜요’라는 물음이 튀어나왔다.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한 노동계 숙원 사업이지만 국민의힘은 줄곧 반대해왔기 때문이다. ‘그러게요’라며 웃은 보좌관은 ‘여당도 양보를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일단 3년만 시행하고 정책 효과를 따져본 뒤 재도입을 논의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미지근한 해결책이다. 양쪽 진영 모두 완전히 만족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법안 처리 소식에 노동계는 ‘시한부 정책’이라고 반대했고 경제계는 ‘기업이 타격을 입는다’며 반대했다. 소위 과반을 차지하는 민주당이 여당 안을 밀어붙일 수도 있었지만 양쪽을 조금씩 만족시키는 길을 택한 것이다. 소회의실 안에서 고성이 들려오고, 야당 의원들이 씩씩대며 나오는 익숙한 풍경과 사뭇 달랐다.
정치가 도파민의 원천이 된 요즘의 기류와 다른 방향이기도 하다. 탄핵, 선거, 단독 표결이 반복되며 몇 년 사이 ‘정치 효능감’은 일종의 쾌락처럼 소비됐다. 나의 정치적 선택이 즉각적인 결과를 낳고, 우리 편이 저쪽을 시원하게 이겨주는 것 말이다.
지금 국회에서는 ‘누가 더 화끈하게 때리느냐’가 능력으로 간주된다. 당내 대표적인 ‘파이터’인 정청래 대표가 당원들의 지지로 승리한 것도 그 방증이다. ‘속 시원함’이 당선과 낙선을 가르는 기준이 된 결과 정치의 온도는 뜨거워졌지만 합리적 토론과 타협은 낯선 풍경이 됐다.
여당 지도부에게는 미지근한 정치가 필요하다. 어느 한쪽이 확실하게 이기는 결론이 아니라 서로가 조금씩 손해를 보더라도 공존의 방식을 찾는 정치 말이다. 당장 새 지도부는 취임하자마자 ‘개미들의 분노’와 ‘부자감세 원복’ 사이에서 적절한 온도를 찾아야 할 난관에 봉착했다. 주요 법안들을 처리하려면 107석을 가진 야당을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냥 피할 수도 없다. 설령 당의 지지자들은 아쉬워할지 몰라도 여당이라면 정치적 타협을 감수해야 한다. 그런 정치야말로 누구도 완전히 배제되지 않는 정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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