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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의제" 차별금지법 꺼낸 혁신당…22대 첫 발의 시동 [법안 돋보기]

조국혁신당, '4차 뉴 파티 비전' 발표

차별금지법·비동의 강간죄 등 추진

노무현 정부서 첫 발의…22대는 0건

19대 국회선 반대 여론에 법안 철회도

민주당은 신중…혁신 "정면으로 다뤄야"

조국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과 비대위원들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뉴파티 비전2'를 발표하기에 앞서 주요 내용을 담은 피켓을 보이며 기념촬영 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혁신당이 22대 국회에서 처음으로 ‘차별금지법’을 꺼냈습니다. 정치권에서 언급될 때마다 격한 찬반 논란이 일었던 차별금지법을 재점화하며, 법안에 소극적인 더불어민주당과 차별화를 꾀하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혁신당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13일 네 번째 당 혁신 방안인 ‘뉴 파티 비전’을 발표했습니다. 여기에는 △생활동반자법 △보편적 차별금지법 △안전한 임신 중단 법제화 △비동의 강간죄 도입 △교제폭력처벌법 제정 △성평등 임금공시제 등 6가지 과제가 포함됐습니다.

이중 ‘보편적 차별금지법’은 성별·장애·연령·성적지향·인종·종교 등 모든 형태의 차별을 포괄적으로 금지하는 내용입니다. 법안은 아직 발의되지 않았지만, 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특정인을 불리하게 대우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혁신당은 “차별금지법은 특정 집단의 특혜가 아니라 모든 시민이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망”이라며 차별 입증 책임을 개인에게 떠넘기는 구조를 국가가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차별금지법은 지난 2007년 노무현 정부(17대 국회)에서 처음 나왔습니다. 이후 △18대 국회(권영길 의원) △19대 국회(김재연·김한길·최원식 의원) △21대 국회(장혜영 의원)에서 발의됐습니다. 21대 국회에서 이상민·박주민·권인숙 의원이 발의한 ‘평등법’도 차별금지법과 유사한 내용입니다.

이중 발의된 장혜영 의원 안을 살펴보면, 성별·장애·나이·국적·종교·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고용과 교육·행정 서비스 등에서의 비합리적인 차별을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성별을 이유로 채용 인원 수를 달리 하거나, 승진에서 배제하는 등의 사례가 해당됩니다.

법안은 차별 여부는 국가인권위원회를 통해 판단하고, 결과에 따라 시정 권고·명령을 하게 했습니다. 차별 행위가 고의적·반복적으로 이뤄지거나 보복성으로 이뤄질 경우에는 별도의 손해배상을 하게 하는 내용도 담겼습니다. 다만 특정 직무나 사업을 모든 사람들이 수행할 수 없고, 그러지 않으면 그 기능이 위태로워지는 경우 등 ‘정당한 차별’은 허용하는 예외 조항을 뒀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2026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 국회를 방문해 우원식 국회의장 등과 환담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차별금지법은 진보 정당을 중심으로 꾸준히 발의됐지만 매번 논란의 중심이 되며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표현의 자유가 침해된다’ ‘동성애를 반대할 권리를 침해한다’는 등의 반대 여론이 거세기 때문입니다. 최근 원민경 여성가족부 장관이 청문회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이 매우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자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동성애를 법으로 보호하고 이를 반대하는 청년 세대 인식도 바꾸겠다는 발상이다. 동성애를 반대하는 설교 행위도 제재함으로써 헌법상 종교 자유의 핵심을 침해한다”고 비판했습니다.

19대 국회에서도 김한길·최원식 민주통합당(민주당 전신) 의원이 종교 단체의 강한 반대에 부딪혀 법안을 철회했습니다. 21대 국회에서는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법안 공청회까지 열렸지만, 전체회의를 통과하지 못하고 임기 만료 폐기됐습니다. 당시 국민의힘 의원들은 공청회에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거대 여당으로서 입법 권력을 가진 민주당에게도 차별금지법은 난제입니다. 제정 필요성을 공감하는 개별 의원은 여럿 있지만, 논란의 소지가 큰 법안을 굳이 꺼내는 것이 정무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입니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진보 진영에서 꾸준히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법안을 내기에는 이에 반대하는 세력이 너무 크다”며 “아직은 찬성하는 집단보다 반대하는 집단이 더 크기 때문에 조심스럽다”고 전했습니다.

지도부에서 공개적으로 유보적인 발언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지난해 10월 최고위원회의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 반대 집회가 광화문 등지에서 열렸다고 하는데, 차별금지법은 현 22대 국회에서 아무도 발의한 의원이 없다”며 “21대 국회에서는 이상민 의원이 대표 발의했는데 아시다시피 그분은 국민의힘으로 이적하신 분”이라고 말했습니다. 당시 이 최고위원은 “오히려 지금 우리나라는 우리 경제와 민생이 어찌 될까, 미 대선 이후 우리 경제 안보는 어찌 될까, 우리의 노후와 일자리 생존 문제 등 훨씬 시급하고 중요한 당면 이슈들이 넘쳐난다”며 “아직 발의도 안 된 가상의 법을 두고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키는 일은 없길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재명 대통령도 최근 국무회의에서 “우리 사회 일부에서 인종, 출신, 국가 등으로 시대착오적인 차별과 혐오가 횡행하고 있다”며 “혐오 표현에 대한 처벌 장치를 속히 마련하고, 허위 조작정보 유포 행위를 근본적으로 차단하며 엄정하게 처벌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문했지만, 차별금지법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하지 않았습니다.

정춘생 조국혁신당 의원이 28일 전북 전주시 전북특별자치도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를 하고 있다. 2025.10.28/뉴스1


혁신당은 의원총회를 통해 당내 의견을 수렴한 뒤 조만간 법안을 발의한다는 계획입니다. 그간 혁신당, 진보당 등에서 법안을 발의하자는 목소리는 나왔지만 ‘공동발의 10인’을 채우지 못했는데, 의원 수가 12명인 혁신당의 추진 과제가 된 만큼 발의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입니다. 정춘생 혁신당 의원은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실제 법안을 준비해 온 사람으로서 진심으로 누구보다 뜨겁게 환영한다”며 “정치권이 외면한 불편한 의제를 정면으로 다뤄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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