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2020년 12월 구글·아마존·메타 등 미국계 글로벌 빅테크 기업을 사실상 겨냥한 디지털시장법(DMA)을 유럽 의회에 제출했다. 이른바 ‘게이트키퍼’로 지정된 대형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들이 우월적 지위를 남용할 경우 엄청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한 규제 법안이었다. EU는 불법·유해 콘텐츠 확산 방지를 목적으로 한 디지털서비스법(DSA)도 DMA와 함께 제정했다. EU의 디지털서비스법은 온라인 환경의 안전성·책임성·투명성 강화를 위해 만든 법으로 2000년부터 시행되던 기존의 전자상거래지침을 수정·보완한 것이다. 2022년 11월 발효된 DSA는 이듬해 8월부터 EU 회원국 전역에서 시행됐고 2024년 2월에는 초대형 온라인 플랫폼에까지 적용이 확대됐다.
EU가 28일 DSA에 근거해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 테무에 철퇴를 가했다. 이날 EU 집행위원회는 테무가 DSA를 위반한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음을 알리면서 “유럽 소비자가 불법 제품을 접할 위험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이어 “암행조사 결과 유아용 장난감이나 소형 전자기기처럼 규정을 어긴 제품을 접할 가능성이 굉장히 컸다”고 덧붙였다. 테무가 DSA를 위반한 것으로 확정되면 전 세계 연간 매출액의 최대 6%가 과징금으로 부과될 수 있다. 또 별도의 시정명령을 받을 수도 있다.
EU의 DSA에 대한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시각은 곱지 않다. 미 행정부는 DSA가 미국 기업을 부당하게 겨냥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EU의 디지털 규제를 비판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빅테크 기업의 독과점 횡포나 소상공인에 대한 갑질 행위를 막기 위한 ‘온라인 플랫폼법’을 추진하는 데 대해서도 미국은 불편한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 한미 관세 협상이 벌어지는 가운데 테무 등 중국계 전자상거래 업체가 한국 시장 공습을 가속화하는 상황이다. 우리가 건강한 디지털 생태계를 지키려면 유럽의 DSA와 국제 규범 등을 두루 참고해 치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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