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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천조국의 주적(主敵) 중국, 그리고 주한미군

■이상훈 정치부장

관세 협상에 트럼프식 '룰 세팅' 본격화

美, 동맹엔 페널티에 가까운 조공 요구

비정한 국제정치…주한미군 지렛대 가능

中을 주적 상정한 트럼프 의도 잘 읽어야

최근 경기도 동두천시의 주한미군기지에 미군 전투 장비들이 모여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각국과의 관세 협상을 통해 막가파식 룰 세팅을 본격화하고 있다. 초강대국으로서 자신에게 유리한 경제안보 인프라를 새롭게 까는 상황이다. 일본만 해도 관세를 낮추기 위해 무려 5500억 달러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고 동남아시아 유일의 미국 동맹인 필리핀은 대통령이 미국으로 날아갔지만 상호관세를 고작 1%포인트 낮추는 데 그쳤다. 동맹 프리미엄은커녕 무임승차의 대가로 혹독한 조공을 요구받는 실정이다. 동맹 페널티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다. 트럼프에게 ‘동맹을 내팽개치는 장사꾼’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냉정히 보면 미국은 필요에 따라 적과 친구를 수시로 바꿔왔던 나라다. 현재 미국 편에 서 있다는 주요 7개국(G7)만 놓고 봐도 미국과 직접 전쟁을 하지 않은 나라가 없다. 심지어 일본은 원자폭탄까지 얻어맞았다. 그나마 프랑스가 예외인데, 현재는 유럽에서 가장 미국과 각을 세우고 있다.

어디 이뿐인가. 지금은 중국을 완전히 뭉개기 위해 혈안이지만 1970년대만 해도 소련을 견제하기 위해 마오쩌둥을 만나 죽의 장막을 열었던 것 또한 미국(리처드 닉슨)이다. 트럼프가 동맹보다 국익·실리를 챙긴 원조가 아니라는 얘기다. 미국의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은 특정 대상에 대한 끊임없는 혐오나 상습적인 호감을 갖는 것 자체가 위험하다고 했다.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다는 뜻이다. 국제정치는 비정하고 이런 속성을 계보로써 보여주는 나라가 미국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국방비가 연간 1000조 원이 넘는다는 ‘천조국’ 미국의 현재 주적(主敵)은 아시다시피 중국이다. 미국은 이 중국을 잡기 위해 유럽의 힘을 빼고 있기도 하다. 트럼프가 걸핏하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탈퇴를 부르짖는 것도 중국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봐야 한다. 우크라이나를 때린 러시아에 대한 유럽과의 엇박자도 미국의 중국 견제와 무관하지 않다. 과거 소련을 잡기 위해 중국을 끌어들인 것처럼 이번에는 중국을 잡기 위해 러시아가 필요한 게 트럼프다.

이런 배경을 알고 주한미군을 한 번 보자. 트럼프는 주적 중국을 잡기 위해 주한미군의 성격 자체를 바꾸기를 바란다. 미군이 가장 많이 주둔한 나라는 일본, 독일, 그다음이 한국이다. 하지만 해외 최대 미군기지인 평택은 서해를 통한 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막는 전략적 요충지다. 이것을 트럼프가 활용하고 싶은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사실 주한미군 감축이나 철수는 국내에서 진보 성격의 정권이 등장하면 으레 나오는 스테레오타입에 가까운 얘기다. 하지만 중국을 주적으로 설정한 트럼프 체제의 미국이 이를 실현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특히 주한미군은 일본 재무장의 문제이자, 중국의 한반도 속국화 가능성의 문제기도 하다. 심지어 북한도 ‘미국과 일본이 100년의 원수라면 중국은 1000년의 원수’라는 말을 하고 있다. 중국이 두려운 북한도 주한미군 철수를 원하지 않는다. 미국은 러시아와 북한 간 밀착도 북한의 기술 고도화라는 우려보다는 중국 견제라는 잣대에 무게를 두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가 잊을 만하면 북한을 건드리는 것 역시 중국 견제라는 기준을 갖고 보면 더 선명해진다.

이런 맥락을 두루 감안하면 주한미군은 우리에게 절실하면서도 유용한 잣대다. 미국은 중국 부상을 막기 위해 한반도가 중요하다. 더구나 우리는 무기도 잘 만드는 제조 강국이라 미국이 버릴 수 없는 카드다.

역으로 우리에게 미국은 틈만 나면 이웃을 해코지할 가능성이 큰 중국과 일본을 제어해줄 유일한 방패막이이자 거대 시장이다. 우리 입장에서는 이웃이 약해야 유리하고 주한미군은 그런 맥락에서 힘의 균형추이자 지렛대다.

트럼프는 게임을 게임답게 할 수 있는 상대를 좋아한다고 한다. 예상을 깨야 원하는 것을 얻을 가능성이 있다. 중국을 주적으로 놓고 있는 트럼프의 한국에 대한 이미지, 그리고 이재명 정부에 대한 선입견을 깰 수 있어야 한다. 관세 협상도 이게 알파요, 오메가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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