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000660)를 둘러싼 국내외 증권사들의 평가가 극단적으로 엇갈리고 있다. 골드만삭스가 최근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하향 조정하며 주가 급락을 촉발한 반면,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의 호황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며 목표주가를 상향했다.
19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BofA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기존 36만 원에서 40만 원으로, 삼성전자(005930)는 7만 5000원에서 8만 500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BofA는 “2026년까지 HBM 시장의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가격 인하 폭도 원가 절감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BofA는 SK하이닉스의 목표 주가순자산비율(PBR)을 2.4배, 삼성전자를 1.4배로 제시하며 HBM 기술 격차가 밸류에이션(가치 평가) 차이로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HBM 공급 과잉을 우려한 골드만삭스의 전망과 달리, BofA는 신규 그래픽처리장치(GPU)와 주문형반도체(ASIC) 출시로 공급 부족 현상이 오히려 지속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SK하이닉스에는 HBM 수요 확대가, 삼성전자에는 사업 구조 재편이 각각 주가 모멘텀(상승 여력)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HBM 시장 환경과 경쟁 구도가 2023~2025년과 달라지는 것은 사실이나, SK하이닉스는 경쟁사 대비 유리한 원가 구조와 높은 수율을 기반으로 올해까지 매 분기 최대 실적을 경신해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국내 증권사들 사이에서도 내년 HBM 가격 전망을 두고 뚜렷한 온도차가 감지된다. 차용호 LS증권 연구원은 “HBM 평균판매단가(ASP) 하락 우려는 삼성전자의 엔비디아 공급 진입에 따른 과잉 공급 가능성에서 비롯됐지만, 내년 ASP는 올해 대비 5% 수준의 하락에 그칠 것으로 보여 낙폭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중국용 AI 반도체 판매 재개가 논의되고 있고, 엔비디아 외 고객사의 HBM 수요 비중도 올해 34%에서 내년 44%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고객 다변화 측면에서 공급업체에 우호적인 환경이 유지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반면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급락이 지난해 7~9월 반도체 업종 하락 때와 유사한 국면으로 판단돼, SK하이닉스 주가는 지난해 9월 저점 수준인 PBR 1.5배까지 조정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최근 미국 정부가 중국에 저사양 AI 칩인 H20의 수출을 조건부 허용한 것이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채 연구원은 “현재 가능한 시나리오는 두 가지로, 하나는 H20e가 중국 판매로 재고 소진 이후 단종될 것이라는 전망이고, 다른 하나는 미 상무부가 향후에도 중국 전용 AI GPU에 대해 일정 조건 하에 수출을 지속 허용할 가능성”이라며 “특히 HBM3e를 탑재한 H20e가 이번에 예외적으로 수출 허가를 받은 만큼, 앞으로도 HBM을 장착한 AI GPU가 일정 요건 하에 중국으로 출하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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