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음식배달플랫폼인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이 1만 원 이하 소액 주문에 대해 중개수수료를 전액 면제해주기로 했다. 수수료 상한제 도입을 공약으로 내건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지 보름 만에 업계가 수수료 인하에 나선 셈이다. 업계와 여당이 7월까지 논의를 이어가기로 한 만큼 추가 중개수수료 인하 및 배달비 지원 방안 마련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우아한형제들은 더불어민주당 ‘을(乙) 지키는 민생 실천 위원회(이하 을지로위원회)’ 중재로 전국가맹점주협의회, 공정한플랫폼을위한사장협회 등 입점업주단체와 사회적 대화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추가 상생 방안에 중간 합의했다고 19일 밝혔다. 이번 중간 합의안의 핵심은 1만 원 이하의 주문에 대한 중개 수수료 면제다. 1만 원 초과~1만 5000원 이하 주문에는 중개수수료를 차등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 점주들은 윤석열 정부 때 도입한 상생요금제에 따라 개별 주문금액과 무관하게 해당 배달 플랫폼에서 발생하는 총 매출 규모에 따라 2.0~7.8%의 중개 수수료를 내고 있다. 여기에 결제수수료와 정액인 배달비까지 더하면 주문금액이 적을수록 업주가 부담하는 비율은 높아진다. 예컨대 1만 원 주문 시 중개수수료와 배달비를 포함한 업주 부담률은 40%를 웃돈다. 점주들이 최소주문금액을 높게 설정하고, 1인 가구 고객들이 이를 채우기 위해 억지로 다른 메뉴까지 사먹어야 한다는 불만이 제기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우아한형제들은 1만 원 이하 개별 주문에 대한 중개수수료를 면제해줌으로써 이같은 불만을 해소하겠다는 전략이다. 김범석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이번 중간 합의안으로 입점 업체의 부담을 완화하는 동시에 새로운 성장 계기를 만들겠다”며 “1인 가구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소액주문에 대한 지원으로 소비자에게는 편리함과 혜택을, 업주에게는 주문수 확대와 부담 완화를 각각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배민 전체 주문에서 1만 5000원 이하 주문은 3분의 1 수준이다.
우아한형제들이 중개수수료 면제에 전향적으로 나온 데는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 배달 플랫폼 수수료 상한제 도입을 공약으로 내건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는 수수료 상한선이 법제화되면 기업 간 경쟁을 막는 등 시장경제체제가 훼손된다고 주장하는 반면 입점 점주들은 배달앱의 총 수수료가 음식 가격의 15%를 넘지 않도록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배민으로서는 부담이 큰 수수료 상한제 도입 논의가 본격화하기 전에 선제적으로 중개수수료를 낮춰 점주들의 불만을 잠재우는게 낫다고 판단한 셈이다.
경쟁이 심한 시장 특성상 쿠팡이츠도 소액 주문에 대한 수수료 면제에 동참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쿠팡이츠는 현재 1만 5000원 이하 주문에 한해 중개 수수료를 면제하거나 감면해주는 정책을 부산에서 시범 운영 중이다. 앞서 쿠팡이츠는 지난 3월 포장 주문 서비스 중개수수료 무료 정책도 1년 연장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중간 합의안만으로는 입점 점주의 수수료 부담을 낮추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배달 앱으로 많이 주문하는 치킨 값만 해도 2만 원 중반대에서 시작하는 등 1만 원 이하인 음식 주문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프랜차이즈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중간 합의안의 혜택을 받는 프랜차이즈들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주문금액이 2만 원 정도는 돼야 실효성 있는 상생안이라고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직 확정되지 않은 배달비 차등 지원 방안도 관건이다. 현재 점주들은 매출 규모에 따라 1900~3400원의 배달비를 내고 있는데 배달 플랫폼이 고객에게 배달비를 받지 않고 점주에게 그 부담을 떠넘기고 있다며 불만이 높다. 우아한형제들은 1만 5000원 이하 주문액에 대해 기존 배달비를 차등 지원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현재 2000원 안팎을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우아한형제들은 △입점업주 전담 상담센터 구축 △손실보상 접수 시스템 개선 △입점업주와 라이더 간 직접 소통 시스템 구축 등에 3년간 총 3000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윤 정부 때 도입한 상생요금제도 상당한 진통 끝에 나온 만큼 이번 합의도 논의를 마칠 때까지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다. 민주당과 배달업계는 7월 말까지 논의 후 최종합의안을 도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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