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적 가입자 수가 100만 명에 달하는 세금 신고 플랫폼에서 전산 오류가 발생해 해당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한 개인사업자들이 종합소득세를 많게는 10배 안팎 더 물게 됐다. 종소세 신고 마감일에 시스템 장애가 생기면서 기한 내에 세금 신고서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2만 6000명가량의 자영업자들이 피해를 당한 것으로 보고 있다.
12일 금융계와 세무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뱅크·현대카드와 세금 신고 서비스 제휴를 맺은 ‘쌤157’은 이달 2일 시스템 장애로 개인사업자들의 종소세 신고를 처리하지 못했다. 이날은 종소세 신고 마감일이다.
쌤157 측은 신고 마감일 이후인 3일 고객들에게 기한 후 신고를 수행해야 한다고 문자로 공지했다. 이에 쌤157 이용자들은 기한 내에 세금을 신고하지 못하게 돼 추가로 세금을 물게 됐다. 피해자들은 공정거래위원회와 한국소비자보호원에 쌤157에 대한 조사를 요청했다. 세금 신고 플랫폼의 전산 문제로 납세자들이 추가로 세금을 내게 된 것은 처음이다. 지금까지 삼쩜삼·토스세이브잇 측의 과도한 경정 청구가 논란을 빚은 적은 있지만 플랫폼 업체의 자체 전산 문제로 납세자 부담이 커진 사례는 없었다.
쌤157은 2019년 널리소프트라는 업체가 출시한 세금 신고 플랫폼이다. 누적 가입자는 100만 명에 달한다. 특히 쌤157은 대형 금융사들과 세금 신고 서비스 제휴를 맺으면서 고객들을 끌어모았다.
세무 업계에서는 해당 자영업자들이 △가산세 △공제 취소 △경비 인정액 감소 등으로 손실을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세액에 무신고 가산세가 20% 붙는다. 다만 납부 기한이 지나고 1~6개월 안에 세금을 다시 신고하면 무신고 가산세가 20~50% 감소한다. 납부 기한이 하루씩 지날 때마다 0.022%씩 납부 불성실 가산세가 적용된다.
세무 전문가들은 공제 취소에 따른 타격이 더 크다고 지적한다. 기한이 지난 뒤 신고를 하게 되면 중소기업특별세액감면과 창업중소기업세액감면 혜택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중소기업특별세액감면은 일정 요건을 충족한 중소기업에 종소세를 최대 30% 감면하는 제도다. 창업중소기업세액감면은 창업 후 5년간 소득세의 50~100%를 매년 줄여주는 제도다. 한 세무사는 “가산세도 크지만 중소기업특별세액감면과 창업중소기업세액감면이 배제되는 것이 특히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른 세무사 또한 “이번 사례로 수만 원만 종소세를 납부해도 되는 자영업자도 백만 원이 넘는 세금을 내게 생겼다”고 지적했다.
기한 후 신고는 세무 당국에서 더 면밀하게 본다는 것 역시 문제다. 한 세무사는 “세무 당국 입장에서는 기한이 지나고 들어온 세금 신고분을 더 면밀하게 볼 수밖에 없다”며 “이 과정에서 경비 처리액이 더 줄 수 있고 이는 간접적으로 건강보험료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해석했다.
문제가 커지자 쌤157 측은 공지를 통해 “신고 과정에서 저희의 실수로 발생한 불이익에 대한 보상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쌤157 관계자는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가산세뿐 아니라 기한 후 신고로 고객분들께서 불편함을 겪으신 부분에 대해서는 저희가 전액 보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피해자들과 세무 업계에서는 쌤157이 보상에 나설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한 피해자는 “보상안을 마련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어떤 금액을 보상할지 회사 차원에서 이미 대안을 줬어야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세무 업계에서는 이번 사례를 계기로 세무 플랫폼 업체의 전산 사고에 대한 명확한 피해 보상 규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 또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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