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피부 관리를 하는 ‘홈 케어’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네일·피부·헤어·메이크업 등 미용 관련 업체의 폐업이 지난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개업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사라진 곳도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반면 지방자치단체의 인허가를 받아 신규로 매장을 여는 미용업체는 갈수록 감소하면서 관련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는 지적도 나온다.
26일 서울경제신문이 지방행정인허가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국내 미용업 폐업 건수는 1만 3280건으로 역대 최고치를 나타냈다. 이는 2022년 1만 1503건, 2023년 1만 2646건에 이어 3년 연속 증가한 수치다. 개업 후 1년도 채 버티지 못하고 폐업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2022년 575건, 2023년 657건, 2024년 671건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미용업에는 헤어, 메이크업, 피부관리, 네일아트 등 얼굴, 머리, 피부를 손질하는 업종이 모두 포함된다.
올해도 이런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올 들어 4월까지 새로 문을 연 미용업체는 6045곳으로 전년 동기(6466곳) 대비 6.5% 줄었다. 같은 기간 폐업건수는 4257건으로 전년(4344건)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네일아트나 미용실, 에스테틱 등 1인숍이 우후죽순 늘어났다”면서 “처음 미용실을 오픈했을 때만 하더라도 주변에 1인숍이 많이 없어 단골 손님들이 많이 생기면서 장사가 제법 됐는데, 지금은 경기가 워낙 안 좋은데다 경쟁 업체들도 늘어서 예약 손님이 아예 없는 날도 꽤 있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가계 살림이 팍팍해지면서 선택적 지출이라 볼 수 있는 미용업 소비가 많이 줄었다”며 “특히 최근에는 미용업 서비스를 대체할 수 있는 상품이 많이 등장하면서 기존 미용업체들이 더욱 타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물가에 따른 경기 둔화와 함께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집에서 스스로 관리하는 ‘퍼스널 뷰티 케어’ 트렌드가 확산된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뷰티 디바이스와 셀프 네일 팁 등 홈 케어 제품 시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뷰티 디바이스 시장은 2018년 5000억 원에서 2022년 1조 6000억 원으로 커졌다. 2030년까지 연평균 10% 이상 성장하면서 2030년 3조 4000억 원 이상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대해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두 잇 유어셀프(Do It Yourself·DIY) 열풍이 뷰티 시장으로 번지면서 셀프 홈케어 상품이 늘어남에 따라 미용업체들의 매출은 줄어들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여기다 최근 인건비가 높아진 영향으로 미용업 서비스는 점차 고급화되고 비용도 상승하면서 자연스럽게 업체 수가 감소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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