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다가오면서 호텔가에서 특급 디저트 빙수 전쟁이 시작됐다. 매년 가격이 오르며 올해는 한 그릇에 최고 15만 원에 육박하지만 즐기는 고객들이 많아 고급화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이다.
20일 호텔업계에 따르면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은 주요 호텔 중 최고가 빙수를 판매하고 있다. 올해 4월 신임 총괄 페이스트리 셰프로 선임된 스티븐 진의 첫 여름 작품으로, 제주애플망고빙수의 가격이 14만 9000원이다. 해당 빙수는 '로컬리티'와 '클래식'을 테마로 국내산 제철 재료에 셰프의 창의적인 감각을 더한 것이 특징이다. 생망고, 망고 소스에 버무린 떡, 화이트 초콜릿 꽃 장식 등 다양한 재료가 어우러져 풍성한 맛을 즐길 수 있다. 팥빙수를 재해석한 '마루 빙수'도 내놓았는데 가격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8만9000원이다. 두 빙수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콤보 빙수' 세트는 21만 4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최고가 자리는 뺏겼지만 애플망고빙수의 원조는 신라호텔이다. 2008년 제주신라호텔이 제주산 망고를 사용해 애플망고빙수를 판매하기 시작했고 이후 입소문을 타면서 서울신라호텔은 물론 다른 호텔로 확산됐다. 2008년 당시 제주신라호텔이 판매했던 가격은 2만7000원이었다. 올해 서울신라호텔이 라운지&바 '더 라이브러리'에서 판매하는 애플망고빙수 가격은 무려 4배 넘게 올라간 11만 원이다. 지난해(10만 2000원)와 비교하면 7.8% 올랐다.
신라호텔은 올해 새로운 고급 여름 디저트를 출시했다. 땅 속의 보물이라고 불리는 트러플을 활용한 디저트 ‘트레저드 모멘트, 트러플 아이스크림'이다. 해당 디저트는 트러플의 모습과 질감을 그대로 재현한 점이 특징이다. 숲속의 흙을 쿠키 크럼블로, 푸릇한 풀을 허브로 재현해 땅 속 트러플의 모습을 표현했다. 특히 서울신라호텔에서 직접 당일 도정한 쌀만 사용해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품질을 최고로 높였다는 설명이다. 트레저드 모멘트, 트러플 아이스크림의 가격은 6만 원으로 애플망고빙수보다는 저렴하다.
관련기사
롯데호텔 시그니엘 서울은 높은 전망을 무기로 빙수 전쟁에 참전 중이다. 잠실 시그니엘 서울 79층에 위치한 '더 라운지'에서 시그니처 망고 빙수를 판매하고 있다. 주요 호텔 중 유일하게 전년과 동일한 13만 원으로 가격을 동결했다. 시그니엘은 프랑스의 대표적인 미쉐린 3스타 셰프 야닉 알레노의 컨설팅을 받아 매 시즌 새로운 트렌드를 반영한 디저트를 선보인다. 올해 빙수는 눈꽃 위에 애플망고를 썰어 올린 후 금가루 장식으로 화려함을 더했다. 잠실의 초고층 건물에서 서울의 화려한 전경을 보면서 빙수를 즐길 수 있는 게 큰 장점이다.
파르나스호텔은 주요 호텔들 중 가장 많은 종류의 빙수를 출시했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의 '로비 라운지&바'에서는 '제주애플망고빙수'(11만 원), '시그니처 쑥 빙수'(7만 5000원), '아사이베리 빙수'(7만 5000원) 3종을 판매한다. 특히 본격적으로 여름이 시작되는 6월과 7월에 매달 새로운 빙수를 추가로 선보일 예정이어서 파르나스 호텔의 빙수 종류는 더 많아지게 된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지난해와 비교해 더욱 다양한 종류의 빙수를 호텔들이 판매하고 있다"며 "불황 속에서도 빙수가 인기인 것은 작은 사치를 누리려는 '스몰 럭셔리' 영향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