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로템(064350)이 올해 들어서만 철도차량 부문에서 3조 원 넘는 신규 수주를 따내며 2년 만에 수주 잔액이 2배 이상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K2 전차를 앞세운 방산 부문 호실적으로 1분기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거둔 상황에서 레일솔루션 부문도 날개를 달았다는 평가다. 올해 방산과 레일솔루션을 양 축으로 구조적 성장을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15일 현대로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레일솔루션 부문 수주 잔액은 16조 8611억 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2022년 7조 4600억 원 수준이던 수주 잔액은 잇단 대규모 해외 프로젝트 수주에 힘입어 2년 만에 2배 넘게 늘었다. 레일솔루션 부문은 올해 1분기에만 3조 1291억 원 규모를 새롭게 수주했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조 4292억 원)과 비교하면 120% 증가한 수준이다.
현대로템은 이날도 대만 타이중시 도시철도공정국에서 발주한 타이중 블루라인 전동차 공급 사업 본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사업 규모는 4249억 원이다. 라이다와 카메라,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해 안전성을 강화한 무인 전동차를 납품할 예정이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이번 사업 수주에는 그간 현지에서 증명한 사업 수행 능력이 한몫했다”고 설명했다. 현대로템은 대만에서 철도청 전동차 사업을 비롯해 가오슝 레드라인 전동차, 타이베이 메트로 전동차, 타오위안 그린라인 무인 경전철 사업 등을 진행한 바 있다.
현대로템이 올해 국내외에서 따낸 전동차 계약은 대만 건을 포함해 벌써 4건에 이른다. 지난달에는 미국 매사추세츠만교통공사(MBTA)와 1442억 원 규모 2층 객차 및 예비품 추가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2월에는 2조 2027억 원 규모의 모로코 철도청 대규모 전동차 사업을, 3월에는 5811억 원 규모의 국내 수도권광역급행철도 차량 사업을 잇따라 따내며 한 달에 한 번꼴로 수주 낭보를 울리고 있다.
수주 확대세에 힘입어 레일솔루션은 방산 부문과 함께 현대로템의 실적 성장을 이끄는 알짜 부문으로 자리했다. 1분기 레일솔루션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6% 증가한 4025억 원을, 디펜스솔루션 부문 매출은 107% 늘어난 6580억 원을 기록했다. 이를 통해 현대로템은 1분기 매출 1조 1761억 원, 영업이익 2029억 원의 최대 실적을 봤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7.3%, 영업이익은 354% 증가한 수치다.
현대로템이 미중 무역 갈등 국면에서 반사이익을 누릴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 예루살렘이 추진하고 있는 20억 달러(약 2조 8000억 원) 규모의 블루라인 트램 사업은 당초 중국 창춘궤도열차(CRRC)가 컨소시엄에 참여할 예정이었지만 미 국방부 블랙리스트에 오르면서 계약이 전격 중단됐다. 이에 해당 컨소시엄에 제안서를 제출한 바 있는 현대로템이 유력 수주 후보가 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방산 부문에서는 K2 전차의 대유럽 추가 공급을 꾀하고 있다. 폴란드와 2022년 계약을 체결한 1차 물량이 올해 납품 완료되는데 9조 원 규모 2차 계약이 임박한 상황이다. 이에 더해 루마니아와도 4조 5000억 원대 K2 전차 공급계약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슬로바키아는 폴란드에서 제조된 K2 전차 구매 의향서를 체결하며 잠재 수주국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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