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10대 공약’은 성장과 회복에 방점을 두고 있다. 경제성장에 우선 집중하면서 비상계엄으로 무너진 헌정 질서를 회복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재계에서 부담을 느끼는 상법 개정과 노란봉투법 추진, 포괄임금제 금지 등의 정책이 10대 공약에 포함됐다. 성장과 반기업 정책 사이의 간극을 줄여야 1호 공약인 ‘경제 강국 실현’이 가능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은 12일 이 후보의 10대 정책 공약을 공개하면서 “세계를 선도하는 경제 강국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진성준 선대위 정책본부장은 국회 기자 간담회에서 “급변하는 대외 환경과 저출생·저성장 위기에서 경제성장에 집중해 국민 모두가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진짜 대한민국을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인공지능(AI) 등 신산업 집중 육성을 통해 새로운 성장 기반을 구축하고 K콘텐츠에 대한 지원 강화로 ‘글로벌 빅5’의 문화 강국을 실현하겠다고 했다. AI 강국을 위한 방안으로는 △AI 고속도로 구축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5만 개 확보 △AI 융복합 산업 활성화 등의 내용이 담겼다. K방산 육성을 위한 국방 AI 등 연구개발(R&D) 국가 투자 확대 등의 방안도 언급됐다.
이 후보는 민주당의 대선 후보로 확정되기 이전인 당 대표 시절부터 ‘우클릭’이라 불릴 정도로 경제인과의 접촉면을 늘려왔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 등 그간 민주당이 거리를 둔 경제계 인사들과 만남을 가졌다. 경제를 10대 공약의 전면에 내세운 것도 이러한 행보의 연장선이라는 평가다. ‘안정적 R&D 예산 확대’를 공약에 담으면서 윤석열 정부의 정책 기조와도 차별화를 뒀다.
노동 분야 공약에는 재계에서 우려하는 정책들이 대거 담겼다. 노란봉투법이라 불리는 노동조합법 2·3조 개정, 특수고용노동자의 단체교섭권 보장, 포괄임금제 금지 등이 대표적이다. 주주 충실 의무를 도입하는 상법 개정 또한 재계가 반발하는 법안이다. 공동 정책본부장인 김성환 의원은 “기존에는 경제성장을 대체로 대기업이 외끌이로 했다”며 “새로운 성장은 대기업 혼자 이끌어가는 게 아니라 대기업과 중소기업, R&D와 인력 등이 연관된 산업 생태계의 성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권력기관 개혁 방안을 두고는 국민의힘과 갈등이 예상된다. ‘내란 극복’을 기치로 내걸면서 △대통령 계엄권 통제 강화 △검찰의 수사·기소권 분리 △검사 파면 제도 도입 △대법관 정원 확대 등의 정책이 들어갔다. 군 정보기관 개혁,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독립성 강화 등도 언급됐다. 크게 보면 경제성장, 군·검찰 개혁 등이 3년 전과 달라진 대표 공약으로 꼽힌다.
소상공인 공약인 지역화폐 발행 규모 확대도 눈에 띈다. ‘기본사회’는 명시적으로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아동수당 지급 대상 확대 △돌봄기본사회 △간병비 부담 완화 등의 형태로 담겼다. 진 본부장은 10대 공약에서 재원 마련 방안이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에 대해 “재정 추계 준비는 돼 있지만 지금 약속의 형태로 발표하기는 어렵다”며 “집권하게 되면 구체적으로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2차 추경 편성 가능성에 대해서는 “13조 원의 추경으로는 최소한의 경기 방어도 안 된다. 20조 원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편성 시기에 대해서는) 예단하기 어렵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경제·재정 상황을 진단해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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