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이 올해 1분기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하면서 1000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하는 등 적극적인 주주 환원에 나섰으나 정작 소액주주 반응은 냉담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서 신약 허가를 받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짐펜트라 매출 목표치를 과도하게 제시했다가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치는 일이 반복되자 주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 증권사들도 짐펜트라 판매 부진 등을 이유로 셀트리온 목표주가를 앞다퉈 내리면서 당분간 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예측했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셀트리온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3.92% 내린 15만 18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때 15만 1200원까지 하락하면서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장중 10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 계획을 발표했으나 2023년 12월 7일(15만 522원) 이후 1년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주가가 하락했다.
이날 셀트리온 주가가 하락한 것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해외 제조 시설에 대한 불시 점검을 확대하기로 하면서 바이오주가 일제히 약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 내 처방약 가격을 최대 80% 낮추는 행정명령까지 예고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4.71% 내린 99만 1000원으로 4개월 만에 황제주(주당 100만 원을 넘는 주식)에서 물러났고 SK바이오사이언스(-1.86%), 유한양행(-2.05%) 등도 주가가 하락했다.
다만 셀트리온 주가는 올 들어서만 19.04% 하락하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4.4%), 유한양행(12.3%), 알테오젠(8.4%) 등 상승한 다른 바이오주와 달리 유독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순위에서 6위를 차지했으나 이후 10위까지 밀려난 상태다.
실적 개선 분위기 속에서 주주들이 분통을 터트리는 것은 짐펜트라 매출액 목표치를 과도하게 높였다가 조정하는 과정에서 주가가 영향을 받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짐펜트라 출시 당시 연 매출 목표를 2500억 원으로 제시했다가 360억 원에 그치면서 주주들이 반발했다. 올해 3월에는 서진석 셀트리온 대표가 직접 나서 연내 짐펜트라 매출 7000억 원 달성이 가능하다며 주주들을 달랬다. 그러나 불과 두 달 만에 나온 1분기 실적에서 짐펜트라 매출이 130억 원에 그치자 불만이 다시 터져 나왔다. 셀트리온은 짐펜트라 매출 목표를 7000억 원에서 3500억 원으로 절반 수준으로 다시 하향 조정했다.
소액주주들은 짐펜트라 매출 가이던스의 일관성이 떨어지자 연 매출 5조 원 목표도 신뢰할 수 없다는 반응과 함께 개인투자자 대상 기업설명회(NDR) 개최를 요구하고 나섰다. 한 소액주주는 “회사가 보수적으로 예측했으면 실망하지 않을 텐데 자꾸 불가능한 목표를 제시하면서 주가 하락의 빌미를 제시하고 있다”고 했다.
셀트리온의 1분기 실적 발표를 지켜 본 증권사들도 목표주가를 일제히 내려 잡고 있다. KB증권이 목표주가를 27만 원에서 23만 5000원으로 13% 하향 조정한 가운데 삼성·미래에셋·LS·유진·유안타·DS투자증권 등도 목표주가를 최저 22만 원까지 낮췄다.
증권사들은 회사가 제시한 짐펜트라 매출 목표 3500억 원 달성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증권은 짐펜트라 매출 예상치를 2242억 원으로 37.5% 하향 조정했고 미래에셋증권도 미국 시장 침투가 더디다며 4626억 원에서 1810억 원으로 대폭 낮췄다. 이지수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짐펜트라는 PBM뿐만 아니라 도매상·의사·환자 등 다양한 판매 채널을 겨냥해야 하기 때문에 단기간 안에 판매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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