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게임 업계의 최대 기대작인 ‘그랜드 테프트 오토(GTA)6’가 출시일을 연기하면서 경쟁작들의 출시 일정에도 영향을 미치는 모습이다. ‘업계 포식자’ 수준의 대형 경쟁작이 내년으로 밀리면서 국내 게임들도 출시 스케줄 재점검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8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미국 락스타게임즈는 최근 GTA6를 내년 5월 26일에 플레이스테이션(PS)5 및 엑스박스(Xbox) 시리즈 X/S로 발매한다고 발표했다. 높은 자유도와 각종 범죄 액션을 강점으로 한 오픈월드 장르 게임으로 당초 올해 가을 출시 예정이었지만 출시일이 반년 이상 미뤄졌다. 이 게임은 2013년 출시된 전작(GTA5)이 누적 판매량 2억 장을 돌파했다. 마인크래프트에 이어 역대 단일 게임 타이틀 누적 판매량 2위를 기록한 대작이다. 외신이 추정하는 개발비만 최대 20억 달러(약 2조 8000억 원)에 달한다.
GTA6의 출시일이 변경되면서 대규모 예산이 투입된 이른바 ‘트리플A’급 경쟁작들의 보폭도 빨라지고 있다. 미국 게임사 EA의 앤드류 윌슨 최고경영자(CEO)는 인기 게임 시리즈인 ‘배틀필드’의 신작을 내년 3월 이전에 출시하겠다고 밝히면서 “예상보다 경쟁이 덜 치열할 수 있는 기회”라고 언급했다.
국내 게임사들도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올해 최대 기대작으로 꼽히는 펄어비스의 ‘붉은사막’은 연내 출시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초 업계에서는 대작 간 경쟁 부담을 우려한 펄어비스가 GTA6의 출시일과 맞붙지 않기 위해 출시 일정을 연기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신작 출시 지연으로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펄어비스로서는 최대 경쟁작이 사라지면서 호재가 됐다. 펄어비스 관계자는 “계획대로 연내 출시를 위해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올해 출시돼 초반 흥행에 성공한 넥슨의 ‘퍼스트 버서커: 카잔’, 크래프톤의 ‘인조이(inZOI)’ 등도 하반기까지 좋은 흐름을 이어갈 수 있게 돼 반기는 모습이다.
반면 내년 출시를 예정했던 대작 게임 개발사들은 악재다. 초기 흥행이 중요한 대작 게임의 경우 GTA처럼 몰입도가 높은 게임과 시기가 겹치면 이용자들의 외면을 받기 쉬워서다. 크래프톤은 산하 개발사인 몬트리올 스튜디오를 통해 ‘눈물을 마시는 새’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대작 게임을 내년 이후 출시할 계획이다. 카카오게임즈는 PC·콘솔 대작 ‘아키에이지 크로니클’을 내년 상반기에 선보일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의 기대감이 너무 높은 경쟁작과 맞붙길 꺼려하는 개발사들이 출시 일정을 재검토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진동영 기자 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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