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전월보다 50억 달러 가까이 줄며 5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환율 불안에 따른 국민연금과의 외환스와프 거래 확대 영향으로 분석된다. 외환보유액 규모는 세계 10위로 한 단계 내려앉았다.
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외환보유액 통계에 따르면 4월 말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4046억 7000만 달러로 전월 말(4096억 6000만 달러) 대비 49억 9000만 달러 줄었다. 지난해 4월(59억 9000만 달러) 이후 1년 만에 최대 감소 폭이며 2020년 4월(4049억 8000만 달러) 이후 5년 만에 가장 적은 수준으로 내려갔다.
지난달 원·달러 환율이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인 1487.6원으로 뛰는 등 불안한 환율 탓에 한은과 외환스와프 계약을 맺은 국민연금의 환 헤지 수요가 늘어나 감소한 것으로 파악된다. 또 금융기관은 각 분기 말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을 맞추기 위해 3월에 외화 예수금을 늘리는 데 그 효과가 소멸된 영향도 작용했다.
3월 말 기준으로 보면 우리나라 외환보유액 규모는 세계 10위 수준으로 나타났다. 2000년 관련 순위 집계 이후 9위 밖으로 밀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가장 높았던 순위는 2002년 6월에 기록했던 4위였고 2023년 8월 이후로 우리나라 외환보유액 순위는 9위를 유지해왔다.
직전 달 10위였던 독일이 한 달 사이 288억 달러나 외환보유액이 늘어나면서 홍콩(8위)과 한국(9위)을 차례로 제쳤다. 독일 외환보유액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금의 가격이 오르며 순위도 뛰었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다만 한은은 외환보유액 감소에 일시적인 요인이 작용한 데다 환율이 하락세인 만큼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4000억 달러 아래까지 내려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외환스와프 만기에 국민연금으로부터 자금이 들어오고 금융기관 예수금도 계절적 특성에 따라 다시 돌아온다”며 “최근 환율이 1300원대로 떨어지면서 국민연금의 환 헤지 필요성도 더 줄어들 가능성이 큰 만큼 외환보유액 감소를 걱정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