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들이 미국발 관세 이슈에 따른 경제 불확실성 확대로 금리 인하를 한 템포 늦추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경기 하강 리스크가 커지고 있어 5월 이후에는 수차례의 금리 인하가 가능할 수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7일 한은이 공개한 4월 통화정책방향회의 의사록을 보면 지난달 통방의 주요 키워드는 ‘불확실성’으로 85회 언급됐다.
금리 동결을 주장한 A 위원은 “경기 부진으로 선제적 금리 인하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여전히 큰 한미 간 금리 차, 외환시장의 변동성, 무역 협상 전개 과정의 불확실성을 감안할 때 지켜보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B 위원은 “미국조차 (경제) 전망의 어려움을 겪는 상황인 데다 추가경정예산, 통상 협상 관련 전개 상황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금리 인하 효과 자체가 의문스럽다는 지적도 나왔다. C 위원은 “추가로 금리를 인하하더라도 현재와 같이 불확실성으로 경제 활동이 위축된 상황에서는 경제주체의 소비·투자·고용 확대로 이어지기보다 금융·부동산 부문으로 자금 쏠림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지난달 통방에서는 신성환 위원이 유일하게 ‘금리 인하’ 소수 의견을 냈다. 이 배경에는 빠르게 하강하는 성장률 전망에 대한 우려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신 위원은 “성장률이 당초 예상에 비해 큰 폭으로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성장률 둔화에 따른 물가의 하방 압력도 커지는 상황임을 고려할 때 큰 폭의 금리 인하가 필요한 상황”이라는 의견을 냈다. 물가와 금융 안정 상황만 봐도 주저할 것이 없다면 금리 인하로 경기 침체 초입에서 벗어나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 것이다.
4월 통방에서는 다수의 금통위원들이 환율·가계부채 등을 이유로 들어 금리 동결 의견을 냈지만 이후 변화한 대외 여건을 고려하면 인하에 힘이 실리고 있다. 미국과 중국 간 관세 협상이 진전을 보인 데다 환율도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이전 수준으로 하락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한은 안팎에서는 연내 최종 금리 수준이 당초 기대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보고 있다. 특히 이창용 한은 총재는 당초 고려한 ‘연내 총 세 차례(2월 인하 포함) 인하’에서 더 많아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 총재는 이달 6일 해외 출장 중 기자들과 만나 “전반적으로 성장률 전망이 하향 조정되다 보니 분명히 (예상보다 금리를) 더 낮출 이유는 많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5월 ‘빅컷(0.5%포인트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서는 경제지표 등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