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후년 도입 예정인 국제회계기준(IFRS)18이 규정한 영업이익의 정의가 기존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 보다 유용성이 떨어지고 투자자 의사 결정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상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29일 서울 여의도 자본연에서 ‘IFRS18 도입에 따른 영업이익 개념 변화와 제도적 대응과제’를 주제로 언론 브리핑을 열고 “IFRS18이 합리적 조정 없이 국내에 그대로 도입될 경우 본업과 무관한 외환차익이나 자산매각이익 등도 영업이익에 포함돼 투자자가 기업의 실질적인 영업 성과를 파악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2027년 1월 1일부터 적용되는 IFRS18은 기업의 경영성과를 영업·투자·재무 등 세 가지 범주로 구분하고 이 가운데 투자·재무 범주 이외의 잔여 이익을 영업이익으로 정의했다. 현행 K-IFRS는 매출액에서 매출원가 및 판매비와 관리비를 뺀 수치를 영업이익으로 규정한다.
이 연구위원은 “한화솔루션(009830)이 지난해 4분기 토지 매각 이익을 영업이익으로 분류하면서 ‘가짜 어닝서프라이즈’ 논란이 일었다”며 “한화솔루션은 부동산 개발 사업부가 존재해 정상적인 회계처리였지만 IFRS18이 원안대로 도입되면 대다수의 기업에서 유사한 사례가 반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경상적 영업이익을 새로 규정해 일정 기간 통용하는 대안이 합리적이라고 제안했다. 이 연구위원은 “정기보고서 공시 이전에도 주요 비경상 손익 항목이 투자자들에게 적절하게 전달될 수 있게 거래소 실적 공시 양식을 구조화할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위원은 지난 20년 동안 사용해온 현행 K-IFRS의 영업이익 지표가 미래 기업가치를 효과적으로 설명해왔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 연구위원은 1997~2019년 총 31개 국가의 7만 3853개 기업을 표본으로 K-IFRS 영업이익과 IFRS18 영업이익 대용치를 산정해 분석한 결과 K-IFRS 영업이익 지표가 지속성(영업이익이 미래기간에 계속적으로유지되는 정도), 가치관련성(이익이 주가를 설명하는 정도), 비교가능성(영업이익의 유사성과 차별성을식별 및 이해할 수 있게 하는 질적 특성) 측면에서 IFRS18보다 질적으로 우수하다고 평가했다.
이 연구위원은 IFRS18이 기존 유럽 국가들에서는 별도로 정의하지 않았던 영업이익을 최초로 개념화해 영업이익의 기술적 비교가능성을 높였다는 점에 대해서는 높이 평가했으나 한국에서는 투자자 유용성 제고라는 도입 취지를 살리기 어렵다고 봤다. 특히 IFRS18은 회계기준 외의 성과측정치를 활용하고자 할 경우 이를 ‘경영진이 정의한 성과측정치(MPM)’로 정의하고 주석을 통해 관련 정보를 공시하도록 의무화했는데 국내에서는 제대로 작동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이 연구위원은 “코스피200 편입 기업 중 IFRS18 기준에 부합하는 MPM을 자발적으로 공시하고 있는 기업은 4%에 불과하다”며 “대부분은 영업이익에서 감가상각비만을 제외한 단순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 공시 사례다. MPM을 경상적 영업성과 정보를 전달하는 실질적 수단으로써 활용하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고 분석했다.
이어 “시장과 언론의 모니터링이 제한적이고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은 코스닥 및 중소형주를 중심으로 공격적인 재무보고 관행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며 “보수적인 기업설명(IR) 문화와 취약한 정보 중개 기반을 고려할 때 경영진 자율에 기초한 영업성과 정보의 보완이 실질적으로 기능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한편, 자본연은 앞으로도 시의성과 중요도가 높다고 판단되는 연구 보고서를 이번처럼 언론에 공개하는 설명회를 열 예정이다. 김세완 자본연 원장은 “정책 연구기관으로서 연구 성과를 널리 알리기 위해 올해부터 주요 보고서에 대해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언론 브리핑 등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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