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내년이면 대만에 따라잡힐 것으로 예측됐다. 이 전망이 현실화하면 24년 만에 역전을 당하는 것이다. 저성장이 고착화된 가운데 구조적 혁신을 단행하지 않는다면 한국 경제가 일본의 ‘잃어버린 30년’ 전철을 밟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제통화기금(IMF)은 22일 발표한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한국의 1인당 GDP를 3만 4642달러로 추정했다. 지난해 3만 6129달러와 비교하면 4.1%나 줄었다.
통계청의 장래추계인구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 인구는 5168만 4564명으로 전년에 비해 0.13%가량 감소했다. 인구 감소에도 1인당 GDP가 줄었다는 것은 한국 경제가 ‘저성장’의 덫에 갇혔다는 얘기다.
더 큰 문제는 경쟁국의 추격이다. IMF는 내년 한국의 1인당 GDP가 대만에 뒤질 것으로 봤다. IMF의 내년 전망치는 한국과 대만이 각각 3만 5880달러, 3만 6319달러로 나타났다. 예측이 현실화한다면 2002년 이후 24년 만에 다시 뒤처지게 되는 것이다.
이어 △2027년 한국 3만 7367달러(대만 3만 8076달러) △2028년 한국 3만 8850달러(〃3만 9452달러) 등 역전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IMF가 이같이 예측한 것은 향후 우리나라의 향후 성장률이 대만보다 낮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IMF는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와 내년의 한국 성장률을 각각 1.0%, 1.4%로 예상한 반면 대만은 2.9%, 2.5%로 전망했다.
일본의 1인당 GDP는 2022년(3만 4080달러)에 우리나라에(3만 4822달러)에 따라잡혔는데 이런 상황이 2030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IMF는 내다봤다.
그러나 한국이 일본을 앞섰다고 방심할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원화 가치 하락이 달러화 환산 1인당 GDP를 끌어내린 영향도 컸기 때문이다. 앞으로 원화 가치가 회복이 되지 않으면 환율에 의한 GDP 하락이 더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원화 약세에는 한국 산업 경쟁력의 약화도 반영돼 있기 때문에 신산업 육성과 노동시장 개선 등 뼈를 깎는 개혁이 없으면 저성장의 함정에서 빠져나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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