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4일 국회를 찾아 정부가 편성한 12조 2000억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조속히 처리해 달라고 당부했다. 미국 워싱턴DC에서 24일(현지시간) 열리는 한미 2+2 통상 협의와 관련해 ‘국익 최우선’ 원칙 아래 상호 호혜적인 합의점을 모색하겠다는 방향을 재확인했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추경안 시정연설을 통해 “위기 대응에는 정책 내용만큼이나 추진하는 타이밍 또한 너무도 중요하다”며 “우리 경제의 회복과 도약에 소중한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정부가 제출한 추경안을 조속히 심의·의결해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한 권한대행은 이 자리에서 △재해・재난 대응(3조 2000억 원) △통상 및 인공지능(AI) 지원(4조 4000억 원) △민생 안정(4조 3000억 원) 등 세 축으로 구성된 추경안의 내용을 세세히 설명했다.
그는 “초대형 산불로 큰 피해를 입은 지역의 신속한 복구를 위해 재해대책비를 3배(5000억→1조 5000억 원) 대폭 보강하겠다”며 “미국의 관세 조치 등으로 인한 수출 기업의 유동성 경색을 방지하기 위해 정책금융기관에 1조 5000억 원의 재정을 추가로 투입해 특별자금 25조 원이 필요한 곳에 공급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반도체 설비투자 저리대출 프로그램의 총 공급규모를 20조 원까지 늘리고, 소상공인 보증·융자 등 정책자금 2조 5000억 원을 확충한다는 내용 등도 담겼다.
한 권한대행은 1997년 IMF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위기 등 국난 극복 사례를 차례로 언급하며 추경안에 대한 초당적 협조를 호소했다. 그는 “(국가적 위기) 극복 과정에는 정부·국회가 서로 긴밀하게 소통하며 협력했던 진정성 있는 노력이 있었고 국민들께서는 아낌없이 지지하고 응원해 주셨다”며 “이번에도 서로 신뢰하며 협력할 때 우리 앞에 놓인 난제들을 성공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 재정이라는 도움의 손길이 절실한 이들에게 닿아야 할 시점은 바로 지금”이라며 “정부도 국회 심의과정에서 의원님들의 합리적인 대안을 적극 검토하면서 국회 심의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집행 계획을 철저히 마련해 추경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는 즉시 현장에 온기가 빠르게 전달될 수 있도록 사전 준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본격화한 한미 관세 협상 전략에 대한 큰 방향도 재차 설명했다. 한미 2+2 통상 협상과 관련해 “정부는 국익이 최우선이라는 원칙”이라며 “무역균형, 조선, 액화천연가스(LNG) 3대 분야를 중심으로 양국이 상호 윈-윈(win-win) 할 수 있는 합의점을 모색하기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미국발 관세 정책 변화로 글로벌 경제 환경이 급변하는 와중에 첨단기술 패권 경쟁마저 격화하는 엄중한 환경에 대한 우려도 표시했다. 그는 “AI와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산업은 국가의 미래 성장과 경쟁력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라며 “우리나라도 글로벌 패권 경쟁에서 앞서나갈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과감하고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시정연설에서 대권 출마 관련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한 권한대행이 국회 본회의장을 직접 찾아 민생을 주제로 연설을 한 자체 만으로도 대권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평가가 적지 않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하는 것은 1979년 11월 당시 권한대행이던 최규하 전 대통령 이후 46년 만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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