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생존율이 매우 낮은 악성 뇌종양인 교모세포종의 근본 원인을 밝혀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이정호 의과학대학원 교수 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교모세포종의 진화와 재발, 치료 저항성의 근원이 되는 ‘전암세포’를 규명했다고 21일 밝혔다. 연구성과는 암 분야 국제 학술지 ‘캔서 디스커버리’에 이달 16일 게재됐다.
교모세포종은 뇌절제술을 포함한 표준 치료 후에도 1년 이내에 대부분 재발하며 생존률이 매우 낮은 치명적인 질환이다. 연구팀은 교모세포종 안에 암세포로의 발전 가능성을 가진 암의 씨앗, 즉 전암세포가 있다는 것을 최초로 밝혀내며 발병 원인을 찾았다.
연구팀은 2018년 교모세포종이 뇌 깊은 곳에 있는 돌연변이 줄기세포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최초로 밝혀내며 ‘네이처’에 게재한 바 있다. 이번에는 전암세포가 어디서 유래하는지를 규명하고 전암세포가 종양 내 세부 유형의 암세포들을 만들어 암을 재발시킨다는 것도 알아냈다. 교모세포종은 암세포가 다양한 형태로 공존해 각각 다른 치료가 필요한 ‘종양 내 이질성’을 갖는다. 종양 내 이질성이 치료의 걸림돌로 작용하는데 그 원인이 전암세포라는 것이 세계 최초로 규명된 것이다.
연구팀은 암세포를 겨냥한 기존 치료를 넘어 전암세포를 선제적으로 제거해 암의 진화와 재발을 막는 정밀 맞춤 치료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교원창업기업 소바젠은 암 진화와 재발을 억제하는 교모세포종 리보핵산(RNA) 치료제 신약을 연구 중이다.
제1저자인 김현정 KAIST 의과학대학원 박사(고려대 의대 교수)는 “전암세포는 종양을 더욱 복잡하고 공격적인 형태로 진화시키는 암 이질성의 씨앗과 같은 존재”라며 “이 전암세포를 이해하고 표적화하는 것이 교모세포종을 근본적으로 극복할 열쇠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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