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4대 금융지주가 올해 17조 원이 넘는 당기순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1분기에만 순익이 전년 대비 10% 이상 개선돼 이대로라면 역대 최고치를 또다시 갱신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에서는 경기가 급격히 둔화하는 가운데 은행들의 이자 장사가 과도하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16일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금융)의 올해 예상 순이익은 총 17조 6197억 원으로 집계됐다. 사상 최고였던 전년(16조 5268억 원)보다 6.6% 증가한 수치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대출 규모가 늘었고 기준금리 인하에도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가 이어져 순이자마진(NIM)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지주사별로 보면 KB금융의 올해 예상 순이익은 5조 4196억 원으로 전년 대비 약 8%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도 11% 증가한 5조 581억 원으로 예상된다. 예측이 맞다면 신한도 올해 5조 클럽에 가입하게 된다. 하나금융은 3조 9205억 원, 우리금융은 3조 2215억 원으로 각각 4.0%, 1.6%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그룹들의 경우 1분기 실적도 뚜렷한 개선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4대 금융지주의 올 1분기 예상 순이익은 4조 8858억 원으로 전년 동기(4조 2915억 원)보다 13.8% 늘었다. 특히 KB금융은 1조 5806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50%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에는 홍콩H지수 연계 주가연계증권(ELS) 손실로 충당금을 대거 쌓았기 때문에 올해는 이에 따른 기저 효과로 상승 폭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신한금융은 1조 4711억 원으로 9.1% 증가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나금융도 전년보다 소폭 늘어난 1조 637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우리금융은 지난해 8389억 원에서 8.2% 감소한 7704억 원으로 1분기 유일하게 역성장이 예상됐다.
금융지주사들이 최대 실적을 경신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면서 이자 장사 논란도 거세지고 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융권이 기준금리 인하에 맞춰 예금 금리를 내리면서도 상대적으로 대출금리는 계속 높게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권도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의 상생 압력이 더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지금으로서는 하반기 경영 상황이 악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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