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산하 국제해사기구(IMO)가 선박의 탄소 배출에 비용을 부과하는 규제안에 합의하면서 친환경 선박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과 이중연료(DF) 엔진, 노후 선박 개조 등에 앞선 기술력을 보유한 국내 업체들이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IMO는 최근 영국 런던에서 제83차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를 열고 선박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금전적 규제 조치를 승인했다. 이에 따라 국제 항해를 하는 5000톤 이상 선박은 기준을 초과해 온실가스를 배출하면 톤당 100~480달러의 부담금을 내야 한다. IMO는 2050년까지 2008년 대비 탄소 배출을 100% 저감하기 위해 2028년 17%, 2030년 21% 등 목표치를 설정했다. 온실가스 부담금은 2027년 상반기부터 시행된다.
글로벌 선사와 선주들은 향후 2년간 친환경 선박으로의 전환을 서두를 수밖에 없게 됐다. 선박 교체는 25~30년 주기로 이뤄지는데 15년 이상 된 노후 선박을 중심으로 교체나 개조 수요가 늘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업계에서는 그동안 선박 교체가 활발했던 컨테이너선이나 벌크선보다 탱커(원유 운반선)의 교체 수요가 많을 것으로 분석했다. 유조선은 저속 운항을 통해 탄소 규제에 대응해왔지만 규제 강화로 한계에 다다랐다는 분석이다.
현대·한화·삼성 등 국내 조선 3사는 도크(선박을 만드는 공간)가 한정된 만큼 그간 선별 수주 전략을 펴왔지만 늘어나는 탱커 교체 수요를 감안해 중국과 동남아 지역 도크를 활용, 선박을 건조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삼성중공업(010140)은 올 들어 수주한 수에즈막스급 탱커선 4척을 중국 조선소에 하청을 맡겨 건조하기로 했고 HD현대중공업(329180)은 필리핀에서 임대한 수빅 조선소에서 11만 5000톤급 탱커 4척을 만들기로 했다. 선박 가격의 10%를 차지하는 선박 엔진도 HD현대(267250)마린엔진과 한화엔진 등 국내 업체의 DF 엔진이 공급될 예정이다.
신규 선박을 건조하는 데 2~3년은 필요하기 때문에 친환경 선박으로의 신속한 대체를 위한 개조 사업도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 업체인 인피니티리서치는 선박 개조 시장이 2023년 17억 달러(약 2조 4100억 원)에서 2028년 39억 달러(약 5조 5300억 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친환경 선박 개조 사업을 이어온 HD현대마린솔루션(443060)은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1조 7455억 원)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매출 목표를 2조 556억 원으로 상향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암모니아 추진선의 수요가 늘 가능성이 크다”며 “국내 조선사들도 기술 개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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