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마스터스 때 스코티 셰플러(미국)는 혼자였다. 1라운드에 1타 차 단독 선두에 오른 뒤 남긴 말은 “즉각 집으로 달려갈 준비가 돼 있다”는 것. 아내 메러디스가 첫 아이를 임신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셰플러는 “분만실로 옮겨져야 한다면 대회 중에라도 아내한테 달려갈 것”이라고 했다.
셰플러 2세는 뱃속에서부터 효자였다. 대회 기간 묵묵히 뱃속에 머물러준 덕분에 아빠는 마스터스 두 번째 우승에 성공했다. 10일(한국 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 골프클럽 옆 9홀 코스에서 열린 마스터스 개막 전 이벤트 파3 콘테스트에서 셰플러의 아들 베넷은 신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했다. 1년 전과 달리 아내와 아들에게 캐디 점프수트를 입히고 셋이 함께 참가한 셰플러는 대회 2연패에 대한 부담을 내려놓고 가족과 추억 만들기를 마음껏 즐겼다.
캐디복으로 갈아입힌 아기를 바라보는 부부의 눈에서는 꿀이 뚝뚝 떨어졌다. 엄마의 얼굴을 닮은 베넷은 다가오는 사람 모두에게 생글생글 웃어줬다. 첫 홀에서 아빠의 티샷 직전에 갑자기 크게 울더니 다음 홀에 엄마 품에 안겨 이동할 때는 클럽의 그립 끝을 잘근잘근 씹어 관람객들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관련기사
파3 콘테스트는 마스터스 출전 선수가 가족이나 연인·지인을 코스에 초대해 함께 즐기는 잔치다. 지인에게 캐디를 맡긴 김주형은 ‘친한 형’ 셰플러와 같은 조에서 축제를 즐겼고 안병훈도 아내·아들·딸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홀인원이 3개 나왔다. 키건 브래들리(미국)와 톰 호기(미국), 브룩스 켑카(미국)가 주인공이다. 호기는 2023년에 이어 2년 만에 또 파3 콘테스트에서 에이스를 작성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