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급격한 통상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피해 업종 중심 특별 정책 금융을 제공하는 등 기업 피해를 줄이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이 담긴 ‘통상환경 변화 대응을 위한 향후 정책방향’을 발표했다. 미국이 한국(25%)을 포함한 각국에 상호 관세를 부과하자 정책 대응에 나선 것이다. 미국과는 관세율 인하를 위한 협상을 본격 시작하고 내부적으로는 산업·금융·통상 정책을 총동원해 여파를 최소화하는 방식이다.
정부가 종합정책처방에 나선 것은 주요 수출 업종의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자동차의 경우 지난해 기준 수출액의 49.1%가 미국에 몰려있었다. 이차전지 역시 대미 수출 비중이 47.2%에 달해 실적 악화가 불가피하다. 철강과 반도체 산업의 대미 수출 비중은 각각 13.1%, 7.5%에 그치지만 제품 가격 상승으로 인한 미국 내 수요 감소로 수출이 줄어들 것이라는 연구 기관들의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가전과 디스플레이의 경우 최종 생산기지인 베트남이 46%의 높은 관세를 맞아 타격이 상당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우선 피해 업종에 대한 특별 정책 금융을 제공하겠다는 방침이다.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업계에 2조 원을 지원하는 것을 시작으로 업종별 대책이 발표될 예정이다. 주요 금융기관도 피해업종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25조 원 이상의 금융 지원책을 발표한 바 있다. 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위기대응 특별 대출 프로그램을 신설할 계획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관세 피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2500억 원 규모의 긴급경영안정자금을 지원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관세 대응 상담창구와 전국 릴레이 상담회를 통해 미국발 통상정책 동향을 기업들에게 상세히 전달할 계획이다. 관세전쟁의 여파에 노출된 기업들이 필요한 서비스를 적시에 받을 수 있도록 수출 바우처를 1000억 원 이상 확대한다. 수출 지역을 다변화하는 데 필요한 각종 지원 정책의 규모도 늘릴 예정이다.
주력 업종에 대한 지원도 이어진다. 자동차 산업은 국내 수요 확대로 수출 축소로 인한 피해를 완화할 수 있도록 전기차 보조금을 키우고 신차 구매 개별소비세 탄력세율 추가 지원을 검토한다. 반도체 등 첨단 산업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도록 반도체 클러스터 송전선로 지중화 비용 1조 8000억 원의 지원 계획도 조만간 구체화한다. 통상환경 변화에 영향을 받는 산업과 기업이 밀집된 지역은 산업·고용 위기지역 제도를 활용해 선제 지원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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