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퇴직 후 재고용이 활성화되면 국내총생산(GDP) 하락의 3분의 1은 막을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한국은행은 8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초고령사회와 고령층 계속근로 방안’ 보고서를 발표했다.
한은은 이창용 총재 취임 이후 통화정책과 물가 관리라는 전통적인 역할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현안에 대한 국가 구조개혁 어젠다를 지속적으로 제시한 바 있다. 올해 첫 주제로 최근 사회적 논의가 활발한 정년 연장 이슈를 다뤘다.
한은은 고령화로 인한 성장 잠재력 저하로 고령층 인력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급격한 고령화로 향후 10년간 노동공급 규모는 141만명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현재 노동공급량의 6.4% 수준이다.
노동공급 감소는 필연적으로 성장 둔화로 연결된다. 향후 10년 간 노동공급이 6.4%(연 0.64%) 감소하면 국내총생산(GDP)은3.3%(연 0.33%) 감소할 것으로 한은은 예측했다.
이에 고령층 인력의 근무를 늘리는 게 필요하지만 단순히 정년 연장을 늘리는 것은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정년 연장이 고령층 고용률을 높일 수는 있지만 청년층 고용에는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6년부터 법정 정년의 하한이 60세로 설정됐는데 정년 연장으로 인해 2016~2024년 청년층 임금근로자 고용률은 6.9%(약 11만명), 상용직 고용률은 3.3%(4만명)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고령층 근로자 1명 증가 시 청년층 근로자는 0.4~1.5명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를 수행한 오삼일 한은 고용연구팀장은 “연공형 임금체계 변화 없이 정년이 연장되자 기업이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상대적으로 조정이 용이한 청년 신규 채용을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이어 “특히 대기업과 같이 청년 선호도가 높은 일자리에서 이러한 경향이 두드러졌고 정년 연장은 임금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연공형 임금체계와 고용경직성을 유지한 채 정년만 법적으로 연장하면 부작용이 크게 나타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이에 법적 정년 연장 보다는 ‘퇴직 후 재고용’을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이는 기업이 정년에 도달한 근로자와 기존 근로 관계를 종료한 후 새로운 근로계약(임금 체계 개편)을 체결해 다시 고용하는 제도다. 이는 임금 연공성에서 벗어나 직무 성과에 기반한 임금근로 체계 개편을 도모할 수 있고, 근로시간 등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퇴직 후 재고용을 통한 고령층 근로가 늘어날 경우 거시경제적 측면에서도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 한은에 따르면 2025년부터 재고용 촉진 정책이 도입돼 65세까지 계속 근로하는 비율이 10년에 걸쳐 50~70%까지 늘어나면 경제 성장률 제고 효과는 0.9~1.4%포인트(연 0.1%포인트)로 추정된다. 인구 감소로 인한 경제성장률 하락(연 0.33%)의 3분의 1 정도는 막을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한은은 재고용을 단기간 내 법적으로 의무화하기 보다는 초기에 유인책을 통해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채택하도록 하고 점진적으로 의무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 팀장은 “단기간 내 재고용을 의무화 할 경우 근로자의 교섭력이 강화되면서 현행 임금체계의 경직성을 해소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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