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4일 선고로 윤석열 대통령이 파면되면서 내란·외환죄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 불소추특권을 잃게 돼 공천 개입 등 각종 의혹 수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될지 주목된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명태균 의혹 전담 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윤 전 대통령과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2022년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지난해 22대 국회의원 선거 등에서 명씨 요청에 따라 국민의힘에 특정 후보 공천을 요구하는 등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검찰은 명씨가 20대 대선을 앞두고 윤 전 대통령을 돕기 위해 81차례의 공표·비공표 여론조사를 했고 일부 조사는 윤 전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조작했는지를 의심하고 있다. 만약 윤 전 대통령 부부가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 받고 그 대가로 김영선 전 의원 등의 공천을 도왔다면 정치자금법·공직선거법 위반에 해당될 수 있다.
검찰은 앞서 공천과 관련해 정치자금을 주고받은 혐의로 김 전 의원과 명씨를 기소했으나, 윤 전 대통령 부부가 공천에 관여했는지 등에 관해서는 판단하지 않았다.
최근에는 명씨가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을 위해 비공표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비용을 사업가 김한정 씨로부터 대납 받았다는, 윤 전 대통령 부부와 직접 관련이 없는 의혹을 중점적으로 수사했다. 그러나 헌재의 이번 결정으로 현직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이 사라지게 돼 관련 혐의가 의심되는 윤 전 대통령 부부 소환이 이뤄질 가능성이 주목 받는다.
앞서 공개된 녹취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공천 당시 명씨와 통화에서 "내가 김영선이 경선 때부터 열심히 뛰었으니까 김영선이를 좀 해줘라 그랬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 "상현이(윤상현 당시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한테 내가 한 번 더 이야기할게"라고 말했다. 같은 날 김 여사도 "당선인이 지금 전화를 했는데. 하여튼 당선인 이름 팔지 말고, (김 전 의원을) 그냥 밀으라고(밀라고) 했다"고 말한 사실이 드러났다.
그러나 이번 헌재의 파면 선고로 공직선거법에 따라 60일 이내 차기 대선을 치르게 돼 검찰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윤 전 대통령 부부 수사를 서두르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12·3 비상계엄과 관련한 직권남용 혐의 추가 기소도 이뤄질 전망이다. 헌법 제84조에 따라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이에 따라 지난 1월 윤 전 대통령을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만 기소하고 직권남용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내란 혐의 공범들은 이미 군인·경찰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고 국회의원 등의 권리 행사를 방해한 혐의(직권남용)로도 기소된 상태다. 서울고검이 검토 중인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및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의 재수사 여부 결론 시점도 빨라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윤 전 대통령은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에 외압을 행사하고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주호주 대사로 임명해 도피시킨 혐의(직권남용·범인도피) 등으로 고발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 대상이 된 상태다. 공수처는 진행 중인 계엄 관련 수사를 마무리하는 대로 해병대 사건 수사를 재개한다는 계획이다.
경찰은 대통령경호처를 동원해 올해 1월 자신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하려 한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로 윤 전 대통령을 입건해 수사 중이다. 경찰은 윤 전 대통령이 2차 체포영장 집행 전 경호처 부장단과 오찬에서 "총을 쏠 수는 없느냐"고 물었다는 진술 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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