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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막투석 아니었다면” 10년 근속 만성콩팥병 환자의 고백 [메디컬 인사이드]

■ 이정표 대한신장학회 총무이사(보라매병원 신장내과 교수)

말기 콩팥병 진료비 암 5배 수준

혈액투석 땐 경제활동도 어려워

환자 혼자 할 수 있는 복막투석

일상 시간 활용 등 장점 많지만

혈액투석과 수가差 120배 달해

"접근성 제고 위한 제도개선 시급"

만성 콩팥병 환자가 가정에서 기계를 이용해 자동복막투석을 시행 중이다. 사진 제공=대한신장학회




"솔직히 투석을 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땐 받아들이기 어려웠습니다. 건강 만큼은 누구보다 자신 있었거든요."

복막투석 재택관리 시범사업에 참여 중인 유병욱(50대·남) 씨는 2015년 만성 콩팥병(만성 신부전)으로 진단받던 순간을 이렇게 회상했다. 가족들을 생각하며 간신히 마음을 다잡았는데 '직장에 계속 다닐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머릿 속을 스쳤다. 치료비와 생계비를 충당하려면 경제활동을 계속 해야 하는데 투석을 받으면 일주일에 세 번은 반나절을 병원에서 지내야 했기 때문이다. 주치의인 이정표 대한신장학회 총무이사(보라매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매일 스스로 관리해야 한다는 번거로움만 감수하면 집에서 투석이 가능해 일상생활을 유지하기가 한결 수월하다”며 '복막투석'을 권했다. 2016년 2월 투석을 시작한 유씨는 현재 복막투석 5일, 혈액투석 1일을 하며 10년째 치료를 이어오고 있다. 그는 "경제적 여건 때문에 복막투석을 선택했지만 돌이켜보니 정신적인 충격에서 빨리 벗어나 사회구성원으로서 활동하는 데도 도움이 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



◇ 침묵의 장기 '콩팥' 초기 증상 없어 조기 발견 어려워


콩팥(신장)은 몸 속 노폐물을 제거하고 체내 수분과 염분의 양, 전해질 및 산과 염기의 균형을 조절한다. 모세혈관 덩어리인 사구체로 이뤄져 있는데, 사구체의 기능이 저하되면 혈액 속에 꼭 있어야 할 단백질이나 적혈구 등이 몸 밖으로 빠져나오면서 거품뇨 또는 단백뇨가 생길 수 있다. 콩팥이 제 역할을 못하는 상태가 3개월 넘게 이어지면 만성 콩팥병으로 진단한다.

문제는 콩팥 기능이 떨어져도 초기엔 증상을 알아채기 어렵다는 점이다. 오죽하면 '침묵의 장기'라고도 불릴까. 대한신장학회는 콩팥의 건강 상태를 쉽게 가늠할 수 있도록 사구체가 혈액을 걸러내는 정도를 수치화해 ‘콩팥 점수’를 만들었다. 정식 용어는 사구체 여과율(GFR). 점수가 높을수록 노폐물을 잘 걸러내고 콩팥 건강이 좋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콩팥병의 심각도를 사구체 여과율을 기준으로 1단계(90점 이상)에서 5단계(15점 미만)로 구분한다. 1단계는 콩팥이 일부 손상됐지만 정상적인 기능이 가능한 상태다. 콩팥 기능이 저하될수록 단계가 올라간다. 3단계(30-59점)부터는 콩팥 기능이 중등도 수준으로 떨어지고 다양한 합병증이 생기기 시작해 서둘러 신장내과 전문의와 치료 방법을 논의해야 한다. 5단계는 콩팥 기능이 거의 없는 상태로 손상된 신장을 대신할 대체요법이 필요하다.

◇ 투석 시작하면 평생 지속…암보다 치료비 부담 높아




말기 콩팥병의 가장 이상적인 치료 방법은 '이식' 수술이다. 하지만 환자당 대기 기간이 평균 10년에 달할 정도로 공여자가 부족해 대다수 환자는 투석 치료를 받는다.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로 인해 말기 콩팥병 환자는 전 세계적으로 급증하고 있다. 대한신장학회에 따르면 2023년 말기콩팥병 환자는 13만 7705명으로 2010년 5만 8860명 대비 2.3배 늘었다. 일단 투석을 시작하면 적어도 신장 이식을 받을 때까지 지속해야 하니 환자들 입장에선 비용 부담도 만만치 않다. 말기 콩팥병 환자 1인당 평균 진료비는 연간 2500만 원 상당이다.

이정표 대한신장학회 총무이사(보라매병원 신장내과 교수)가 복막투석 시행률이 저조한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제공=보라매병원


이 교수는 "비용이 암 치료의 5배 수준으로 단일 질환 중 진료비 부담이 가장 높은 질환"이라며 "치료를 평생 지속해야 하기 때문에 의학적, 사회경제적, 개인적 상황을 토대로 의료진과의 상담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투석 유형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투석은 혈액 속 과도한 노폐물과 수분을 제거해준다. 혈액투석과 복막투석이 있다. 혈액투석은 환자 몸 속의 동맥과 정맥을 연결한 동정맥루에 바늘을 꽂아 혈액을 외부로 빼낸 다음 투석기를 통해 노폐물 등을 제거하고 다시 넣어주는 방법이다. 평균적으로 일주일에 3회씩 병원에 가야 하지만 그만큼 의료진과 자주 만날 수 있어 안정감을 느끼는 환자들도 있다. 복막투석은 아랫배에 넣은 가는 관을 통해 수분과 노폐물을 제거하는 방법이다. 배 안에 투석액을 넣고 4~8시간 가량 방치했다가 빼고 새 투석액을 교환한다. 도관이 영구적으로 복강 내에 남아있기 때문에 매번 주사바늘로 찌를 필요가 없다. 스스로 투석을 시행하고 한달에 한 번 정도만 병원에 방문하면 되기 때문에 직장과 학업, 여행 등 일상의 시간을 조절하기가 한결 용이하다. 기계를 사용하는 자동복막투석은 밤에 잠자는 시간을 활용해 집에서 투석을 받을 수도 있다.

◇ “주3회 병원 가는 대신 스스로 관리” 장점에도…복막투석 환자 점점 줄어


복막투석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혈액투석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대한신장학회에 따르면 2023년 말기 콩팥병으로 혈액투석을 받는 환자는 11만 443명인 데 비해 복막투석은 5253명에 그쳤다. 정부가 2019년 12월부터 복막투석 환자 재택관리 시범사업을 하고 있는 데도 복막투석 비중이 계속해서 줄어 5%에도 미치지 못한다. 전문가들은 유독 국내 복막투석 환자가 적은 이유를 구조적 문제에서 찾는다. 가뜩이나 인지도가 낮은 상황에서 복막투석의 수가가 혈액투석과 120배 가량 차이가 나다 보니 복막투석이 활성화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어떤 투석 방법이 좋다고 말하긴 어렵고 환자 상태에 따라 좋고 나쁨이 달라질 수 있다"면서도 "말기 콩팥병 환자가 자신의 상황에 맞는 치료를 선택할 수 있도록 복막투석의 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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