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업협동조합(수협) 중 경영실태평가에서 4등급(취약) 판정을 받은 단위조합이 증가하면서 경영 상태가 전반적으로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20개 넘는 조합의 경영실태평가등급이 하락하고 절반 이상의 조합이 적자를 기록하는 등 수협의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서울경제신문이 23일 현재 경영공시를 마친 67개 조합을 전수조사한 결과 지난해 말 기준 경영실태평가에서 4등급(취약)을 받은 단위조합은 △거제(경남) △구룡포(경북) △군산시(전북) △근해통발(경남) △인천(인천) △전남동부(전남) △제1,2구잠수기(부산) 등 7개에 달했다. 거제와 전남동부수협은 2년 연속 4등급을 받았고 나머지 5개 조합은 지난해 3등급(보통)에서 한 단계 더 하락했다. 거제는 순자본비율까지 -0.66%로 전년(-0.54%) 대비 더 낮아지면서 자본잠식 상태가 심화됐다.
공시한 67개 조합 중 이번 평가에서 등급이 낮아진 조합은 23개에 달했다. 경영실태평가는 △1등급(우수) △2등급(양호) △3등급(보통) △4등급(취약) △5등급(위험)까지 5단계로 구분된다. 상호금융업감독규정에 따라 중앙회는 순자본비율과 경영실태 종합평가등급·자본적정성·재무건전성 등을 고려해 경영 실태가 취약한 단위조합에 재무상태개선 권고 혹은 요구 등을 내린다. 이러한 조치를 받는 것은 부실 우려가 자본 확충이 시급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협중앙회 관계자는 “지난해 적기시정조치(권고)를 받는 조합은 6곳이 있었다”면서 “지난해 말 경영실태평가에서 4등급을 받은 단위조합은 올해 상반기부터 적기시정조치에 착수할 예정이라 (적기시정조치를 받는) 조합이 더 늘어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적기시정조치를 시행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태가 더 악화한 조합에 대해 합병은 아직 고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영 실적도 악화했다. 전체 67개 조합 중 절반 이상인 34곳이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구룡포가 249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내면서 가장 큰 적자를 기록했고 그 뒤를 △여수(-208억 원) △완도금일(-178억 원) △서귀포(-147억 원) 순으로 손실 규모가 컸다. 연체율이 10%를 초과한 조합은 5곳이었다. 다만 일부 조합에서는 심각한 수준으로 거문도수협과 제1,2구잠수기수협의 연체율은 각각 19.38%, 19.09%로 나타났다.
금융 당국의 순자본비율 가이드라인인 2%를 밑도는 조합도 있다. 삼척(0.00%)과 전남동부(0.57%) 등은 자본 확충이 시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순자본비율이 2~3%로 ‘회색지대’에 속한 조합도 16개에 달했다. 추가적인 관리 없이는 자본비율이 위험 수준으로 내려갈 수 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올해도 글로벌 경제 환경이 좋지 않아 상호금융의 수익성과 건전성은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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