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 세계 주요 국가 중 유일하게 20%를 웃도는 연 수익률을 기록한 미국 증시가 예전만 못한 모습을 보이자 국내외 투자자들이 독일·프랑스·호주·일본 등 다른 선진국들로 눈을 돌리고 있다. 저점 매수보다는 환 헤지형 분산투자 ETF를 매집하며 위험관리에 나서는 모습이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미국과 캐나다를 제외한 선진국에 분산투자하는 ‘iShares Currency Hedged MSCI EAFE(HEFA)’ ETF에는 이날 기준 최근 한 달 새 15억 890만 달러(약 2조 2107억 원)이 순유입됐다. 거래소가 미국 주식형 ETF로 분류한 전체 2814개 상품 중 17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는 미국 증시 조정이 길어지며 위험관리 차원에서 분산투자에 나서는 투자자들의 수요가 몰린 영향이다. 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기준 HEFA ETF 국가별 비중은 일본이 22.17%로 가장 많았으며 그 뒤를 영국(14.45%), 프랑스(10.77%), 스위스(10.49%), 독일(10.04%) 등이 뒤를 이었다. 한국·중국·대만·인도 등 신흥시장에 속하는 국가 기업들에는 투자하지 않는다.
HEFA ETF는 금융·산업재·헬스케어 등 다양한 산업군에 투자하며 분산 효과를 극대화했다. 주요 편입 기업으로는 유럽 최대 기술 기업 지멘스(독일), 세계 1위 식품 기업 네슬레(스위스), 세계 최대 반도체 노광장비 기업 ASML(네덜란드), 세계 1위 완성차 기업 도요타(일본) 등이 있다. 최근 비만치료제 위고비로 유명한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를 제치고 유럽 시가총액 1위에 등극한 독일 업무용 소프트웨어 업체 SAP도 포함돼 있다.
올해 미국과 주요 선진국 증시는 지난해와 상반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히 유럽 증시가 고공 행진하고 있다. 독일 DAX와 프랑스 CAC 40지수는 올 들어 각각 15.41%, 9.67% 오르며 순항하고 있다. 스위스 SMI지수도 올해 10%가 넘게 상승했다. 박성우 DB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예외주의가 약화하는 현재 국면에서 당분간 유럽 지역 자산이 대안으로 부상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환 노출이 아닌 환 헤지형에 자금이 몰린 것도 특이점이다. 같은 기초지수를 추종하는 환 노출형 ‘iShares MSCI EAFE(EFA)’ ETF에서는 같은 기간 자금 순유출이 발생했다. 유럽 증시 강세로 유로화 가치가 절상하고 달러 가치가 하락한 영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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