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근육 신경 계통의 희귀 난치질환인 듀센근이영양증(DMD·Duchenne Muscular Dystrophy)에 새 치료 전략을 제시했다.
채종희 서울대병원 임상유전체의학과 교수와 최무림 서울의대 의과학과 교수 연구팀은 DMD 환자와 동물 모델의 근육 조직을 분석해 특정 유전자(EZH2)의 과활성화가 근육 섬유화와 염증 반응을 유발하는 핵심 기전임을 규명했다고 20일 밝혔다.
DMD는 유전자 돌연변이 탓에 근육이 점차 약해지고 섬유화가 진행되는 유전병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환자가 운동 능력을 상실하고 심장·호흡 기능 저하를 호소할 수 있다. 국내 환자는 2000명으로 추산되는데, 남성이 대부분이다. 주로 스테로이드로 염증을 줄이는 치료를 하는 데 장기 사용하면 근육 섬유화, 성장 장애, 체중 증가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어 기존 치료 방식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세포 증식과 분화를 조절하는 'EZH2 유전자'에 주목했다. EZH2 유전자는 세포 성장과 분화를 조절하는 역할을 하지만 과활성화되면 근육 재생을 방해하고 섬유화를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ZH2가 과발현되면 근육 재생이 저해된다는 데에 주목해 이를 억제하면 근육 조직 손상을 줄이고 기능을 개선할 수 있다는 가설을 세운 다음 이를 검증하기 위한 연구에 나섰다.
DMD 또는 베커근이영양증 환자, 정상 대조군의 근육 조직을 활용해 대상으로 단일핵 전사체 분석, 공간 전사체 분석을 수행해 EZH2 유전자 발현 수준과 근육 섬유화 기전을 정밀 분석했고 DMD 동물 모델에서도 동일한 분석을 수행해 환자 샘플과 비교했다.
그 결과 DMD 환자와 동물 모델에서 EZH2 유전자 과활성화는 근육 섬유화, 염증 반응과 직접적으로 연관된다는 것을 확인했다. 또 DMD 동물모델(D2-mdx 생쥐)을 활용해 EZH2 억제제 계열 신약후보물질(타제메토스타트)를 단독 투여하거나 스테로이드(데플라자코트)와 병용 투여한 뒤 근육 조직의 변화, 근력 회복 효과를 평가했다. 그 결과 EZH2 억제제를 단독 투여한 그룹에서 근육 섬유화가 감소하고 근섬유 크기가 증가해 정상 근육과 비슷하게 회복되는 것을 확인했다. 스테로이드 단독 투여군과 비교했을 때 EZH2 억제제를 병용 투여한 그룹은 근육 조직의 섬유화가 줄고 근력 테스트 결과 근력이 유의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EZH2 억제제가 스테로이드 치료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도 근육 재생을 촉진하고 근력 향상을 가져올 수 있음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기존 스테로이드 치료와 병용하면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도 치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DMD 치료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는 것이다.
채 교수는 "듀센근이영양증 치료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임상에서 상용화된 치료법이 많지 않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스테로이드 치료 효과를 높이는 새로운 물질을 발견하고 앞으로 후속 연구를 통해 환자 치료에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이건희 소아암·희귀질환 극복 사업과 한국연구재단 지원을 받아 진행됐으며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최신호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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