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2기’ 출범 후 한국과 미국 간 조선업 협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가운데 정기선 HD현대(267250) 수석부회장이 미 해군사관학교를 찾아 자율운항 등 신기술을 소개하고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HD현대는 정 부회장이 이달 7일(현지 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아나폴리스 해군사관학교를 방문해 이벳 M 데이비즈 교장(해군 중장)과 사마라 파이어보 교무처장 등 학교 관계자를 만났다고 9일 밝혔다.
정 부회장은 학교의 선체 구조 강의 현장과 유체역학 연구실을 찾아 교수진·생도들과 미래 해양 분야의 발전 방향과 연구 과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그는 생도들과의 환담에서 “대한민국은 미국의 굳건한 동맹국이자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서 조선·해양 분야 혁신의 원동력으로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미 동맹은 희생으로 맺어져 수십 년 동안 강화됐으며 단순한 파트너십을 넘어 글로벌 안보의 한 축이 됐다”면서 “도전 과제가 진화함에 따라 우리의 협력도 함께 진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 부회장은 HD현대와 미 조선 업계 간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그룹사가 갖춘 기술력도 소개했다. 그는 “HD현대는 인공지능(AI)에 기반한 자율운항과 디지털 첨단 선박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며 “세계 최정상급 이지스 구축함을 5척 건조해 해군에 성공적으로 인도, 국가 안보 혁신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말했다. HD현대는 우리나라에서 발주한 이지스 구축함 6척 중 5척을 수주했다. HD현대중공업(329180)이 독자 기술로 설계·건조한 최신예 이지스 구축함 ‘정조대왕함(DGG-II·8200톤급)’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해상 기반 한국형 3축 체계의 핵심 전력이다. 이날 정 부회장과 함께 미 해군사관학교를 방문한 정호섭 전 해군참모총장은 “세계 1위의 조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미 해군과 적극 협력해 세계 평화 수호에 이바지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HD현대는 미국과 조선을 비롯한 방산 분야 협력을 적극적으로 꾀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앞서 이달 6일(현지 시간) 알렉스 카프 팰런티어테크놀로지스 대표와 만나 ‘AI 조선소’ 프로젝트 진행 상황을 공유하고 방산 협력을 논의했다. AI 조선소는 HD현대와 팰런티어가 2021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미래형 조선소(FOS)’ 프로젝트와 맞닿아 있는 개념이다. FOS란 데이터·가상증강현실·로보틱스·자동화·AI 등 디지털 기술이 구현된 미래형 첨단 조선소를 뜻한다. 양 사는 지난해부터 손잡고 무인 수상정 ‘테네브리스’ 역시 공동 개발 중이다. HD현대는 지난해 7월에는 미 미시간대, 서울대와 조선 산업 인재 육성을 위한 교육 협력 업무협약(MOU)을 맺은 후 공동 연구 및 교육, 인턴십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중국의 해상 굴기를 저지하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간 협력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북미 시장은 국내 조선 업계의 새로운 기회의 땅이 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승리 후 “한국의 세계적 군함 및 선박 건조 능력을 잘 알고 있다”며 “미국은 한국과 긴밀하게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미 의회에서 동맹의 조선소에 군함 건조를 맡기는 것을 허용하는 법안을 발의하면서 국내 조선소들이 미 해군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계약을 따낼 가능성도 높아졌다. HD현대는 올해 2~3척의 미 함정 MRO 사업을 수주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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