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 취소 청구를 인용한 가장 큰 이유는 구속 기간이 만료된 상태에서 공소가 제기된 점이다. 담당 재판부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 실질 심사)과 체포적부심 심사 기간을 구속 기간에 불산입하는 데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 과정에 의문을 제기하며 구속 유지보다는 절차의 명확성을 해소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윤 대통령 측에서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 자체가 위법하다고 주장해온 만큼 이번 결정이 향후 윤 대통령의 형사재판 진행 과정에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7일 윤 대통령 측의 구속 취소 청구를 인용하면서 영장 실질 심사를 위해 법원에 있었던 수사 관계 서류의 기간을 ‘실제 시간’으로 계산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영장 실질 심사 기간은 구속 기간에 포함되지 않는다. 윤 대통령 측은 “영장 실질 심사에 소요된 시간은 약 33시간이었으나 불산입(구속 기간에서 제외되는 시간) 기간은 3일로 계산됐다”며 “신체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윤 대통령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서류 접수 및 반환 시간에 따라 구속 기간이 달라지는 불합리를 피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재판부는 체포적부심사 기간에 대해 명확한 규정이 없다는 점을 들어 구속 기간에 불산입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윤 대통령의 구속 기간이 예상보다 더 길어졌으며 검찰이 공소를 제기한 시점은 구속 기간이 만료된 후였다고 설명했다. 재판부가 고려한 불산입 방법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예정된 구속 기간 만료 시점은 1월 26일 오전 9시 7분께지만 검찰이 공소를 제기한 시점은 구속 기간 만료 시점이 지난 1월 26일 오후 6시 52분께인 것이다.
재판부는 아울러 구속 기간이 만료되지 않았더라도 수사 과정에서 적법성에 의문점이 있다고 했다. 심문 당일 윤 대통령과 검사 측 간에 신병 인치 문제에 대한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 윤 대통령 측은 공수처와 검찰이 독립된 기관임을 지적하며 “수사처 검사와 검사는 아무런 법적 근거 없이 형사소송법이 정한 구속 기간을 서로 협의해 나눠 사용하고, 그 과정에서 피고인 신병 인치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검찰 측에 구속된 피의자의 신병이 인계될 때, 해당 절차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반면 검사 측은 공수처 검사도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을 준수하므로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윤 대통령 측은 공수처법상 공수처의 수사 범위에 내란죄가 포함되지 않는 점도 지적했다. 앞서 공수처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와 관련된 범죄에서 내란죄에 대한 수사권이 있다고 계속 주장해왔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는 ‘공수처가 실제로 윤 대통령의 직권남용 수사 과정에서 내란죄를 인지했다고 볼 만한 증거나 자료가 없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에 재판부는 “변호인단이 말하는 사정들에 대해서 공수처법 등 관련 법령에 명확한 규정이 없고 이에 대한 대법원의 해석이나 판단도 없다”며 “절차의 명확성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 등 수사 과정의 적법성에 대한 의문을 조기에 해소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나온 셈이다. 재판부는 “이 논란을 그대로 두면 향후 형사재판 절차에서 파기 또는 재심 사유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법조계에서는 “법원이 공수처의 윤 대통령의 수사 절차 전반의 위법성을 인정한 것”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이는 향후 윤 대통령의 형사재판 과정에서 변호인단 측에 강력한 무기로 작용할 수 있다. 형사 재판에서 절차적인 부분은 매우 중요하게 여겨진다. 이는 윤 대통령 측이 재판 과정에서 공소기각을 주장할 수 있는 주요 사유가 될 수 있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대표 변호사는 “형사재판에서 가장 중요한 사항은 절차 위반”이라며 “대통령이라는 특수한 신분이 아니더라도 다른 일반인들을 위해서 이러한 절차를 엄격하게 판단하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안이 중대한 만큼 재판부가 공소기각을 할 가능성은 낮지만 윤 대통령 변호인단은 재판 과정 내내 이 부분을 지적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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