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8시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서울중앙지법이 구속된 윤 대통령에 대해 구속 취소 결정을 내리자 소식이 전해지자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현장으로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이날 오후 3시께부터 헌법재판소에서 집회를 하다 하나 둘 한남동 인근으로 모여든 윤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퇴근시간이 지나자 더욱 빠른 속도로 집결하기 시작했다. 집회 초반 100여 명에 불과했던 지지자들은 순식간에 오후 8시 기준 경찰 비공식 추산 1000명 까지 불어났다.
현장 분위기는 흡사 축제를 방불케했다. 지지자들은 해가 지고 어둠이 내려앉자 하나 둘 붉은색 경광등을 켜고 흔들기 시작했다. 볼보빌딩 앞에 설치된 무대에서는 밴드 코리아나의 노래 ‘손에 손잡고’가 연신 흘러나오고 있었다. 지지자들은 경광봉과 깃발, 그리고 윤 대통령의 석방을 촉구하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흔들며 “우리가 이겼다”고 외쳤다.
고령의 집회자들은 현장 인근 계단에서 삼삼오오 모여 앉아 빵, 음료를 나눠 먹으며 탄핵 부당성에 대해 열변을 토하고 있었다. 저녁이 되면서 2030세대 청년 지지자들이 하나 둘 모이자 이들의 손을 잡고 핫팩을 나눠주며 반기기도 했다.
무대 옆에는 상인들이 가판대를 설치하고 윤 대통령이 강아지를 안고 촬영한 사진이 인쇄된 컵과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는 ‘Stop the steal’이라고 적힌 배지, 태극기와 성조기 등을 올려놓고 판매하고 있었다. 집회 참석자들은 “애국 상품’”이라며 물품에 관심을 갖는 모습이었다.
집회 참석자들은 윤 대통령 구속 취소 소식에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집회 참석자 김 모(27) 씨는 “헌법재판소 앞에서 집회를 하다 석방 결정 소식을 듣고 한남동으로 달려왔다”며 ”구속 취소만으로 기쁘지만 헌재 탄핵 선고에도 긍정적 영향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온 70대 남성 A 씨는 연신 태극기를 흔들며 “적절한 방법으로 구속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을 법원이 인정한 셈”이라며 “대통령의 계엄 선포는 고유 권한이기 때문에 국민적 분노가 일어나지 않을 수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무대 위에 올라가 마이크를 잡은 한 남성은 “한남동을 가득 채워 우리의 의지를 보여주자”며 ‘이재명 구속’, ‘한동훈 구속’, ‘민주당 해산’ 등의 구호를 연호하며 집회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구속 취소 결정을 내린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판사의 이름을 연호하는 사람도 있었다.
주말에 이어질 보수단체 집회의 중요성을 피력하는 목소리도 들려왔다. 무대에 올라간 한 여성 연사는 “광화문에 1000만 명이 모인다면 탄핵이 기각될 것이다”라고 외치자 지지자들은 환호성으로 화답했다.
반면 진보집회도 이날 오후 한남동에서 규탄대회를 열었다. ’윤석열out청년학생공동행동’은 보수단체의 집회가 개최되는 볼보빌딩에서 불과 200m가량 떨어진 루터교회 앞에서 집회를 진행했다. 이들은 ‘내란범 윤석열 당장 체포하라’, ‘윤석열을 파면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이후 진보단체는 광화문 서십자각으로 이동했다.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은 이날 오후 7시 30분께 경복궁역 4번 출구 앞에서 집회를 열고 윤 대통령의 구속 취소 신청을 인용한 법원 규탄했다.
당초 8개 부대 500여 명을 관저 앞에 배치했던 경찰은 18개 부대 1100여 명으로 증원해 대비에 나섰다. 관저 입구 통제를 위해 볼보빌딩과 한남초등학교 사이에 바리케이트와 펜스도 설치됐다.
양 측의 집회는 주말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를 중심으로 한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대국본)는 8일 오후 1시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국민대회를 연다고 밝혔다. 진보단체인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 대개혁 비상행동’은 8일 오후 사직로 일대에서 집회를 진행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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