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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사업 착수 3년만에 자체 생산…36년째 글로벌 1위 고수

[다시, KOREA 미러클]<1부>한국기업 1위 순간 ⑤HD현대중공업

1978년 年 생산능력 90만 마력 공장준공

대형서 중형까지 세계시장 점유율 1위 달성

기술 도입 13년 만에 고부가 LNG선 수주

미래에너지·기계사업 등 새 성장동력 마련

수주잔액 43.9조…3년 6개월치 일감 확보

안정된 포트폴리오로 재계 시총 5위 부상

HD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 전경. 사진제공=HD현대중공업




HD현대중공업(329180)의 울산 조선소는 10개의 도크(배를 만드는 작업장)가 현재 건조 중인 선박으로 꽉 들어차 있다. 17만 4000톤급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4척을 비롯해 컨테이선 7척, 액화석유가스(LPG) 운반선 1척, 초대형 에탄운반선(VLEC) 2척, 탱커(원유·화학제품 운송용) 2척 등 세계 각지에서 수주한 다양한 선종의 배 17척이 동시에 제작되고 있다.

HD현대(267250)중공업 1만 4000여 명, 협력 업체 1만 9000여 명 등 3만 3000여 명의 직원이 어우러져 일을 한다. 일감은 이미 3년 6개월치가 쌓여 있다. 2020년 12조 7506억 원 수준이던 수주 잔액은 2022년 33조 1782억 원을 거쳐 지난해 3분기 43조 9575억 원까지 늘어났다. 허허벌판 모래 백사장이던 이곳이 반세기 만에 연간 40~50척의 선박을 만들어내는 한국 대표 조선 기지로 자리매김한 밑바탕에는 3대에 걸친 불굴의 기업가정신과 임직원들이 쏟은 땀과 눈물이 있다.



◇조선소 없이 수주계약 따낸 뚝심=현대그룹 창업주인 정주영 선대회장은 조선소 없이 선박 건조 계약부터 따낸 것으로 유명하다. 어렵게 차관을 얻어 조선소를 짓던 중 그는 조선소 부지로 예정된 울산의 백사장 사진 한 장과 울산 앞바다를 중심으로 한 5만 분의 1 지도 한 장, 26만 톤짜리 유조선 도면 한 장을 가지고 세계를 누볐다.

선대회장은 조선소가 지어지기 1년 전인 1971년 스위스에서 결국 수주를 따냈다. 그리스 해운 기업 리바노스는 국제 선가보다 16% 싼 척당 3600만 달러(당시 환율 기준 약 111억 6000만 원)에 배를 맡기며 2년 6개월 내 인도하지 않으면 원리금을 전액 변상하라는 불리한 조건을 달았지만 그는 이를 받아들였다. 그리고 시한 내 선박 인도를 성공적으로 마쳐 한국의 조선업에 대한 모든 의문을 잠재웠다.

회사 측은 이후 엔진 기술 강화에 나섰다.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선박의 심장인 엔진을 자체 제작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현대중공업은 1976년 엔진 사업에 착수, 1978년 당시 단일공장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인 연간 생산능력 90만 마력의 선박용 대형엔진 공장을 준공했다. 현대중공업은 대형엔진 세계 시장 점유율(2024년 기준) 30%로 1989년부터 36년째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전 세계에서 발주되는 선박 10척 중 3척은 현대중공업이 만든 엔진을 쓰고 있는 것이다. 2023년에는 대형엔진 누적 생산량이 총 2억 마력을 돌파했다. 이는 현대 쏘나타급 중형차 125만 대가 내는 출력과 같다. 대형엔진뿐 아니라 선박용 중형엔진(4-Stroke) 분야에서도 세계 시장 점유율 1위(30%)를 기록 중이다.

◇위기를 기회로, 책임경영 비전=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은 현대중공업 사장이던 1985년 “10년간 이룩한 성장과 발전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시점에 와 있다”고 선언했다. 당시는 1970년대 두 차례 석유파동으로 해운업이 일대 타격을 받고 조선업 또한 최악의 암흑기를 지날 때였다.

정 이사장은 생존을 위해 사업본부별 책임경영제를 도입하고 체질 개선에 나섰다. 핵심은 원가 절감과 기술 혁신. 그는 경비 감축에 허리띠를 졸라맸지만 연구개발(R&D) 투자를 줄이지는 않았다. 현재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회사 수익에 효자 역할을 하는 LNG 운반선 기술이 이때 갖춰졌다.

현대중공업은 기술 도입 이래 13년 만인 1991년 국내 최초로 LNG 운반선을 수주했다. HD현대중공업을 비롯해 HD한국조선해양(009540)이 인도한 LNG 운반선은 지금까지 177척에 이른다. 한 차례 존립 위기를 극복한 현대중공업은 사업 다변화에도 나섰다. 회사 매출의 50%를 훌쩍 넘는 조선 사업 비중을 줄이려 현대로보트산업(1988년), 현대철탑(1988년) 등을 독립시켜 중장비·로봇 산업을 육성했다.

◇신사업 발굴로 미래 에너지·기계도 선점=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은 2009년 입사 이후 그룹의 신사업 발굴 및 포트폴리오 재편 작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2016년 선박 애프터마켓(유지·보수)에 대한 시장 수요가 크다는 점에 착안해 HD현대마린솔루션(443060)을 출범했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친환경 선박개조 등을 바탕으로 지난해 매출 1조 7455억 원, 영업이익 2717억 원의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HD현대마린솔루션이 올해 매출 2조 원 돌파를 예상하면서 조선업을 넘어 HD현대에 새로운 성장 동력이 확보된 것이다.

아울러 정 수석부회장은 2017년 현대중공업에서 현대건설기계·현대일렉트릭·현대로보틱스를 인적분할해 미래 에너지와 기계 사업의 틀을 구축했다. HD현대는 현대중공업을 중심으로 한 조선 부문, 현대건설기계와 현대인프라코어의 건설기계, 현대오일뱅크의 정유와 현대일렉트릭의 전력기기 부문으로 구성된다.

특히 조선과 전력기기 사업이 유례없는 호황을 기록하면서 HD현대의 상장사 시가총액 순위는 최근 재계 5위(2월 말 기준)로 뛰어올랐다. 정 수석부회장은 2022년 미국 소형모듈원자로(SMR) 기업 테라파워에 투자하고 지난해에는 세계 최고 빅데이터 업체인 미국 팰런티어사와 무인수상정 개발 약정서를 체결하는 등 미래 에너지와 인공지능(AI)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AI와 로봇 등을 스마트 조선소 구축 등 그룹의 주력 사업과 융합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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