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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반에 수백명…'공사판 강의실' 대신 공대서 실습

■ 24·25학번 '더블링' 우려

강의실 준공 멀었다… 타과 강의실 전전

학생만 늘고 교수는 줄사임에 '구인난'

일각선 "사실상 토크콘서트 수준" 토로

3일 서울 시내 한 의과대학의 모습. 3월 개강을 하루 앞두고 전국 40개 의대 중 10곳은 모든 학년에서 수강신청 인원이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




“의대 교육과정이라는 게 단계별로 짜여진 수업을 차근차근 들으며 깊이 있게 배워야 하는데…. 학생들이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의사 대신 불완전한 의사가 될까 가르치는 입장에서도 걱정이 큽니다.”

3일 김태현 원광대 의대 교수협의회 회장은 ‘의대생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얼마나 됐느냐’는 서울경제신문 취재진의 질문에 “교수도 부족하고 늘어난 정원을 모두 수용할 수 있는 건물도 없다”며 이같이 답했다.

새 학기 개강을 목전에 두고 전국 의대 곳곳에서는 여전히 1~2학년 교육을 위한 여건 준비가 미진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최근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으로부터 ‘불인증 유예’ 판정을 받은 울산대·원광대·충북대 등 3개 의대다. 지난달 28일 의평원은 ‘2024년 1차년도 의학교육 평가인증 주요변화평가’를 시행한 결과 정원이 10% 늘어난 전국 30개 의대 중 이들 3개 대학의 불인증 유예 판정 결과가 확정됐다고 밝혔다. 이미 1년 간의 유예기간(2025년 3월 1일∼2026년 2월 28일)이 시작된 상태다. 앞으로 3개 대학은 보완 절차에 돌입해 1년 뒤 재평가를 받아야 한다. 이때도 불인증 판정을 받으면 신입생 모집이 정지될 수 있다.

원광대는 지난해 93명에서 올해 150명으로 늘어난 의대생 정원에 발맞춰 충분한 교수진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불인증을 받았지만 여전히 교수 인력난이 심각하다. 김 교수는 "교수들이 줄사직해 기초 의학 담당 교수가 최소 인원보다도 3~4명이 부족하다. 대학 본부 측이 부랴부랴 교수 모집 공고를 낸 상태”라고 전했다. 이어 “임상의학 교수 역시 표면적인 정원은 채운 것 같지만 실질적으로 정규 강의가 가능한 교수 수를 따지면 부족하다”고 전했다.



의과대 내 강의실·실습실 부족 문제도 여전하다. 김 교수는 “현재 100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강의실이 의과대 건물에 없다”면서 “공학대학 강의실을 빌리는 식으로 임시 대책을 세워뒀지만 교수들 입장에서는 24·25학번을 합쳐서 250명이 넘는 대규모 인원을 한 번에 가르쳐야 한다는 심리적 부담감이 여전히 크다. 수백 명이면 사실상 수업이 아니라 토크 콘서트 수준 아니냐”며 교수들 사이에서 회의적 분위기가 크다고 귀띔했다.

49명에서 126명으로 의대 정원이 전국 의대 중 가장 많이 늘어난 충북대도 강의실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충북대는 개강을 하루 앞둔 이날에야 의대 강의실로 사용될 동아리실 리모델링 공사를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토의실(TBL), 종합실습실(MDL) 확장 공사는 내년 시작될 예정이다. 특히 해부학 실습동은 2028년에야 완공된다.

충북대 관계자는 “지금껏 40년 동안 예과생 50명이 다같이 수업을 들었는데 이번에는 175명이라 최초로 4반으로 쪼개고 농대 통합 강의실에서 수업할 예정”이라며 “제대로 된 교육 여건이 형성될지 장담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교육부는 올해 24학번과 25학번을 동시에 가르쳐야 하는 ‘더블링’ 문제 해결을 위해 조만간 의대 교육 내실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해당 방안에는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가 제안했던 ‘24학번 한 학기 조기 졸업’ 방안도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교육 현장에서는 여전히 의료 교육 부실 문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 교수는 “특히 본과 2학년(4학년) 시기는 가장 중요한 필수의료 과목을 꽉꽉 채워 배우는 시기”라면서 “이미 강도 높은 교육 과정을 단축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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