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화웨이와 중신궈지(SMIC)가 미국의 제재에도 반도체 생산 능력을 크게 끌어올렸다는 보도가 나왔다. 중국이 수출 제한에 시달리는 인공지능(AI) 가속기 자체 제작으로 AI 패권 경쟁에서 경쟁력을 끌어 올릴 수 있다는 분석이 따른다.
24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화웨이가 SMIC에서 제조하는 AI 반도체의 수율을 1년 전 20%에서 40%가량으로 끌어 올렸다”고 보도했다. 반도체 수율이란 생산 공정에서 한 웨이퍼(반도체 원판) 당 작동 가능한 칩이 어느 정도 나오는지에 대한 비중을 뜻한다. 수율이 낮으면 일부 작동 가능한 칩을 만들 수 있더라도 수익성이 낮다.
FT의 보도는 SMIC의 수율이 크게 오르며 화웨이가 미국 도움 없이도 자체 AI 칩셋을 공급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FT는 “산업 표준 수율은 60%로 개선된 수율은 화웨이의 어센드 AI 칩 생산 라인이 처음으로 수익성을 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며 “미국의 수출 통제에도 중국이 AI 인프라 지원에 획기적인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화웨이는 어센드910B와 910C 두 가지 AI 가속기를 개발했다. 화웨이 칩셋을 제조하는 중국 파운드리 SMIC는 ‘N+2’로 명명한 7나노(nm) 공정을 이용하고 있다. 이는 ASML 극자외선(EUV) 장비를 이용하지 않고 구현할 수 있는 가장 미세한 공정이다. SMIC는 EUV 없이 7나노 공정에 돌입하며 처참한 수율을 기록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근 노하우가 쌓이며 수율이 올라온 것으로 보인다. FT는 “화웨이가 지난해 어센드 910B 20만 개를 생산하겠다고 밝혔으나 올해는 910B 30만 개와 910C 10만 개를 만들겠다고 밝혔다”며 SMIC의 생산 능력이 개선됐다고 전했다.
화웨이와 SMIC가 어센드 칩셋 생산을 늘린다고 해도 엔비디아를 포함한 미국산 AI 칩셋의 성능을 따라잡기는 힘들다. 하지만 미국의 반도체 수출 제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고급 AI 가속기 구매가 제한된 중국 AI 개발사 입장에서는 화웨이가 현실적인 대안이다. FT는 “화웨이 연구원들도 어센드 910B가 대규모 학습 AI 모델에 적합하지 않다는 점을 인정한다”면서도 “화웨이는 현재 중국 AI 칩셋 총 생산량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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