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034730)그룹 회장이 한미일 3국이 인공지능(AI)과 에너지 분야에서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과 미국이 조선·원자력·AI·반도체 등의 분야에서 서로 시너지를 얻을 수 있는 ‘빅 프로젝트’도 제안했다.
최 회장은 21일(현지 시간)부터 이틀간 미국 워싱턴DC 샐러맨더 호텔에서 열린 ‘트랜스 퍼시픽 다이얼로그(TPD)’에 참석해 이 같이 말했다.
TPD는 최종현학술원이 주최하는 행사로 한미일 전·현직 고위 관료와 글로벌 석학이 모여 동북아와 태평양 지역의 국제 현안을 논의하는 집단지성 플랫폼이다. 올해로 4회차를 맞은 TPD는 매년 12월에 열렸지만 올해는 미국 대선 일정 등을 고려해 2월로 옮겨졌다.
최 회장은 개회사와 AI 특별연설에서 한미일 산업협력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최 회장은 “오늘날 세계 변화의 핵심이 된 AI와 에너지 분야에 있어 한미일 3국 협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제조 AI·에너지·조선·해운·원자력 등에서 힘을 모으면 글로벌 시장에서 강력한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최 회장은 한미일 3국이 각국의 강점을 제조 AI 분야에서 결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 회장은 “현재 AI 활용이 금융과 서비스 영역에 집중돼 있지만 앞으로 리더십 경쟁은 제조 AI 분야에서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며 “한국 제조업의 최첨단 생산설비와 미국의 소프트웨어, 일본의 소재·장비 기술을 결합하는 등 한미일 3국 협력 전략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TPD에 참석한 한미일 정관계 인사들도 3국 협력에 큰 관심을 보였다. 참석자들은 한국과 일본이 미국의 에너지 수출을 위한 인프라와 물류를 지원하고 미국은 안정적인 에너지 자원을 제공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원자력·SMR(소형모듈원자로) 산업에서도 미국의 원천기술을 한국과 일본의 설계·조달·건설 능력과 조합하는 방안이 거론됐다.
최 회장은 한미 관계에 있어 양국이 시너지를 얻을 수 있는 빅 프로젝트를 가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한미가) 필요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프로젝트에 접근해야 한다”며 “빅 프로젝트를 만들어 내야 한국도 지금 같은 트렌드 파도를 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방미 일정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첫 만남이고 이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듣고 소통을 시작하면 그들이 흥미로워 할 이야기를 한다는 게 계획이었는데, 계획했던 성과를 다 거뒀다”고 평가했다. 최 회장은 트럼프 2기 미국 투자 계획을 묻는 질문에 “트럼프 행정부가 좀 더 원하는 것은 많은 외국인직접투자(FDI)를 해달라는 거고 그러기 위해선 인센티브가 있어야 한다”며 “아직은 (구체적으로) 나온 게 없어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행사에는 토드 영 상원의원(인디애나·공화당), 댄 설리번 상원의원(알래스카·공화당), 앤디 김 상원의원(뉴저지·민주당),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국가안보보좌관이 참석했다. 일본에서는 고노 다로 전 일본 외무상과 야마다 시게오 주미 일본대사가, 한국에서는 김건,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위성락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여아 의원이 자리했다. 조현동 주미대사, 김성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 강경화·박진 전 외교부 장관 등도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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