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들이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해 집단적으로 의료현장을 떠난 지 1년이 돼 가는 가운데 환자단체들은 사태의 재발 방지책과 피해 보상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등 8개 환자단체가 모인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19일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와 의료계, 정치권을 향한 요구사항을 발표했다. 이들은 “1년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의정 갈등은 아직도 진행 중”이라며 “생사의 기로에 서 있는 중증환자들은 불안한 일상에서 인고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정치권과 일부 시민단체는 환자들의 생명·건강권보다 인력수급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이번 사태로 예상되는 초과 사망 문제와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이 최우선으로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장은 “정부의 느긋한 인식과 태도, 의료계의 이미 다 지난 원점부터 논의 주장에 대치를 1년간 지켜본 중증환자들은 허탈감과 분노를 느낀다. 정부와 의료계는 환자와 국민 앞에 무릎 꿇는 심정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환자 피해 조사 기구를 발족하고 명확한 조사를 시행해 사태의 심각성을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며 “현재의 의료 공백은 의료인력추계위원회로 인해 또 발생할 여지가 큰 만큼 재발방지법 법제화를 위해 진중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국백혈병환우회 등 10개 환자단체의 연합회인 한국환자단체연합회도 이날 성명을 내 “국회는 ‘필수의료 공백 방지 법안’을 신속히 발의하라”고 촉구했다. 의료인들이 집단행동을 한다 해도 응급실·중환자실 등 필수의료만큼은 정상 작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한 의정갈등 속 의료 공백으로 발생한 환자들의 피해보상을 위한 의료대란 피해보상 특별법안, 환자 중심의 보건의료 환경 조성을 위한 환자기본법 제정안도 신속 통과를 촉구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빠른 입법을 통해 객관적이고 공정한 의료인력 수급추계위원회를 구성해 의정갈등을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합회는 “지난 1년간 사상 초유의 장기간 의료공백이 이어지면서 환자들은 큰 피해를 봤다”며 “문제는 환자가 필요로 하는 의사를 늘리는 데 있는데, 정부와 의사 집단 간 줄다리기 속에서 그런 희망을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한 “팽창하는 개원가, 일부 상급종합병원의 초대형화, 상업화된 의료 환경, 소위 ‘인기과’와 ‘기피과’의 양극화, 지역의료 붕괴와 공공의료 부족 등 모든 것이 뒤섞인 결과 우린 앞으로도 살릴 수 있는 환자의 목숨을 죽게 내버려 두는 의료현장을 손 놓고 지켜봐야 할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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