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사태로 추락했던 소비심리가 정국 안정 기대감 등에 3년 8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상승했다. 다만 아직 계엄 이전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 부동산 경기 침체에 주택가격전망은 다섯 달 연속 하락했다.
한국은행이 20일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2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5.2로 전월보다 4포인트 올랐다. 이는 지난 2021년 6월(5.4포인트) 이후 3년 8개월 만 가장 큰 폭의 상승이다.
CCSI는 소비자동향지수(CSI)를 구성하는 15개 지수 가운데 현재생활형편·생활형편전망·가계수입전망·소비지출전망·현재경기판단·향후경기전망 등 6개 지수를 이용해 산출한 지표다. 지수가 100보다 크면 소비자의 기대 심리가 장기평균(2003∼2024년)과 비교해 낙관적이라는 뜻이고, 100보다 작으면 비관적이라는 의미다.
CCSI는 지난해 100선을 웃돌다가 12월 비상계엄 사태로 88.2로 급락했다. 이후 올 1월(91.2), 2월(95.2) 들어 반등 흐름을 보이고 있다. 다만 계엄 직전인 지난해 11월(100.7) 수준은 회복하지 못했다.
한은 관계자는 “이달 초 정부가 첨단산업 등에 대한 지원책을 발표했고, 정국안정 기대감이 작용하면서 지난해 12월 급락분을 상쇄하고 오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CCSI를 구성하는 항목 중 올 1월과 비교해 향후경기전망(73·8포인트 상승)이 크게 올랐다. 현재경기판단(55·4포인트 상승), 생활형편전망(93·4포인트 상승), 소비지물전망(106·3포인트 상승) 등도 올랐다.
이혜영 한은 경제심리조사팀장은 "미국 통상정책 관련 불확실성이 크고 정치적 상황도 불확실성이 남아 있어 소비심리가 더 개선될 지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2월 주택가격전망지수는 99로 전월 대비 2포인트 떨어져 지난해 3월(95) 이후로 11개월 만에 100선을 내줬다. 부동산 경기 침체 속 전국 아파트 가격과 거래 건수가 하락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주택가격전망지수는 지난해 9월 119로 2년 11개월 만에 최고점을 찍은뒤 다섯 달 연속 내렸다.
향후 1년간의 물가 전망을 나타내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7%로 전월보다 0.1%p 하락했다. 3년 후 기대인플레이션, 5년 후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6%로 전월과 동일했다.
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요 품목은 석유류제품(47.4%), 농축수산물(46.7%), 공공요금(46.3%) 순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지난 6~13일 전국 2500가구를 대상으로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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