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손해보험사들이 올해 자동차 보험료를 최대 1%까지 내린다. 경기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소비자의 보험료 부담을 덜고 상생 금융에 동참한다는 취지다.
1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KB손해보험은 이날 다음 달 6일부터 자동차 보험료를 0.9% 내린다고 밝혔다. 현대해상도 같은 날부터 보험료를 0.6% 인하한다. 앞서 삼성화재(1%)를 비롯해 DB손보(0.8%), 메리츠화재(1%) 등이 보험료 인하를 발표한 바 있다.
손보사들은 2022년부터 4년 연속 자동차 보험료를 낮추고 있다. 업체들은 “높은 금리와 물가 상승으로 경제적 부담을 함께 나누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한 상생 금융에 동참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속내는 다르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자동차 보험사 상위 4개사의 지난해 평균 손해율은 83.3%였다. 보통 손해율이 80%가 넘으면 손실로 본다. 보험료를 올려야 할 판에 거꾸로 내리고 있는 꼴이다.
이는 보험료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은 데 있다. 보험업계에서는 차 보험 손해율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감독 당국의 눈치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업체들이 보험료 인하에 나서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자동차보험은 의무보험으로 국민 약 2500만 명이 가입해 있다. 보험료가 낮아지면 체감하는 국민이 많다는 뜻이다.
특히 자동차 보험료는 소비자물가지표에 포함되는 대표 항목이다. 보험료는 실손보험료와 자동차보험료 2개만 들어간다. 자동차보험의 가중치는 3.7로 택시비(3.2), 김밥(3.4), 우유(3.4)보다 높다. 1월 소비자물가가 2.2%로 5개월 만에 다시 2%대로 올라섰다는 점을 고려하면 차 보험료의 의미가 크다. 앞서 가중치가 8.6인 실손보험료(보험서비스료)가 인상되다 보니 이에 따른 영향을 상쇄하기 위해 차 보험료 인하를 유도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 눈치에 보험사들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보험료를 낮추고 있다”고 전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